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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생긴건 베토벤 사촌 동생쯤 생겨서 입만 열었다하면 왠만한 개그맨조차 초토화 시켜버리는 김정운 교수는 이미 대한민국이 다 알고 있는 명강사다. 강의를 통해서,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 교양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를 알게 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 특이한 남자를 두고 "독특하다"고 첫인상을 이야기한다.
아내와의 결혼조차 후회한다고 말했다가 아내로부터 되로주고 말로 받은 그는 그래도 유쾌하다. 전작들을 읽으면서 생활속에 묻어나던 유쾌함도 좋았지만 웃긴다고만해서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책에서도, 강의에서도 유머로 포장되어 있지만 분명 많은 가르침들의 알갱이들이 제때 톡톡 튀어나와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 그랬다, 그는 정말 열심히, 많이 배운 남자였다.
그리고 스스로도 말하는 것처럼 어려운 사상을 쉽게 전달하는 교수로 우리 앞에 섰다. 곧 힐링캠프를 통해 그의 목소리를 또 들을 수 있다니 기대가 크지만 그의 입담은 아마 여전히 거침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밉진 않다. 그러기 참 힘든데, 그는 그랬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뿐만이 아니다 내는 족족 책 제목도 입담만큼이다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이번 책제목만해도 그랬다. [남자의 물건]이라니......! 그가 아니면 그 누구도 책 제목으로 갖다붙일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을 법한 제목이다. 그런 그가 어느새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책을 통해서는 또 그가 무엇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지 궁금증이 일어 당장 서점으로 뛰어가게 만들었는데 그만 건강에 문제가 생겨 읽는 순서가 밀렸다가 이번 달이 되어서야 이 책을 꺼내들 수 있었다.
남자의 물건은 제목에서도 이미 시사하고 있듯이 남자들의 정체성에 대해 다루어지고 있다. 팔팔하게 젊은 20대의 남자가 아닌 힘빠지고 고개 숙여지고 있는 가장들의 외로움을 어루만지며 그들에게 인생, 재미나게 살 수 있다고 독려한다. 그 역시 신나고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바로 자신이 증거이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니 그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언행일치 교수님의 조언은 충고가 아닌 치유와 위안으로 다가와 남자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어루만진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통해 "시키는 일만 하면 개도 지친다"는 이야기는 힘빠진 가장들 뿐만 아니라 10년차가 훌쩍 넘은 직장인 여성의 마음도 울렁이게 만들었다. 공감. 누가 읽어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 고정되어져 있어도 묘하게 공감하게 만드는 힘! 그 힘을 가졌기에 그는 문화심리학의 대가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았을까.
그가 나타나기 이전엔 심리전공 저자들의 책을 보면 치료했던 이들에 대한 일화가 나열되어 있거나 연애 심리,이별심리를 학문적으로 풀어놓은 책들이 서점가에 즐비했는데, 그는 문화와 사회와 심리와 인간을 묘하게 믹스해 인간의 이해력을 흔들어놓는다.
아직 곁에 마음에 외로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남자는 없지만 내 인생에도 다시 이책의 도움이 절실해질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때엔 책을 들고 저자를 찾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와 5분만 이야기하고 와도 인생이 즐거워질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