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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데이미언 톰슨 지음, 정주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그릇을 좋아하고 인테리어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 "시집 일찍 가겠다"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으며 자라났다. 초등학생때부터 남의 집에 가도 요것조것 물어대서 안주인들은 "딸내미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좋겠네. 집을 예쁘게 꾸밀 거 아냐"라는 소리를 엄마에게 하셨지만 엄마의 답변은 언제나 "아뇨. 그렇지도 않아요. 제 방도 제대로 안 치우는 걸요"였다. 딸내미 기좀 세워 주시지.
그렇다. 항상 양면성을 발견하게 되듯 나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수납과 정리는 서툴다. 그래서 수납전문 서적들을 따로 사 볼만큼 배워보려 노력했으나 결과는 겨우 다른 사람들 정도로만 치우고 산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좀 더 예쁜 방, 좀 더 멋진 집 꾸미는 것에 관심을 두며 산다.
사람들은 내가 리본이 너블너블(?)하고 온통 핑크빛에 레이스가 막 달린 알록달록한 꾸미기를 좋아할 것이라고 겉모습만으로 판단들을 하는데 그녀들의 예상은 내 차를 타는 순간 바로 깨어진다.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차에 방향제 외엔 그 어떤 것도 새로운 것을 추가해 놓은 적이 없다. 러블리한 액자나 악세사리는 물론 뒷자석에는 인형조차 없고 방석도 여름엔 시원하게 대자리 방석을 겨울에는 엉덩이 시리지 않게 아이보리 천 방석을 앞좌석에만 깔아놓았을 뿐 다른 꾸미기란 내 사전에 없었다.
그냥 심플한 것이 좋았다. 화이트든, 블루든, 블랙이든, 포인트 레드든 간에 5가지 색이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깔끔한 가구와 공간의 조화. 내가 꿈꾸는 집은 그런 집이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잡지를 뒤지고 새로나온 책들을 뒤적이는데 인테리어나 수납, 요리 전문 서적들은 너무나 자주 그리고 많이 발행되는 까닭에 발빠르게 찾아봐도 언제나 볼 책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그래서 더 행복하지만.
[책과 집]은 일단 표지부터 맘에 쏘옥 드는 책이었다. 책이 가득하지만 칙칙하지 않고 따뜻하게 꾸며진 방에 깔끔한 쇼파와 의자는 정말 서재를 저렇게 꾸미고 싶다고 욕심낼만한 것이어서 책을 얼른 집어들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냥 계단에 쌓아만 두어도 멋진 책들의 사진을 보고 나는 왜 진작 저렇게 해볼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무릎을 탁 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다. 고양이들이 계단의 책들을 모조리 흩어놓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의 인테리어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꼬옥 해보고 싶은 멋진 장소. 나는 책 속에서 발견하고야 말았다. 요즘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별의별 프로그램을 다 보는데 온스타일이나 올리브 채널은 잇채널로 둘만큼 좋아하는 프로그램들로 가득했고 시간을 체크해가며 열심히 보고 있는 윤손하의 일본의 작은 집들을 구경하면서 집이 꼭 클 필요는 없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얼마나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는지가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더한다는 것을 그들의 작은 집을 보며 깨닫고 있다. 언젠가 작아도 멋진 집의 주인이 될 꿈을 가지고 있다. 그때엔 책에서 코칭받은대로 곳곳에 책들을 멋지게 배치해볼 생각이다. 꼭 책꽂이에 꽃아두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