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다들 영화가 재미있다고 추천할때 나는 완득이를 외면했다. 완득이보다 내 삶이 더 구질구질하게 구겨져 있어 웃음도 감동도 필요없던 암흑기였기에 훌륭하다는 원작을 찾아볼 생각도 못했고 영화를 보러갈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그 좋아하던 책과 영화를 집어던지다니......지금 생각하면 내가 정말 힘들기는 힘들때였구나 싶어진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원작을 읽게 되었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남들이 다 볼 때 꼭 함께 봐야하는 것은 아니니까. 조용히 나 혼자 읽고 감동받고 글로 남겨두는 일도 나쁘진 않았다. 인생에 있어 빨리빨리 이루어야 하는 것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만큼 몇가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충분한 나이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책 속 완득이도 이 사실을 내 나이가 되면 깨달을테지만 아직 완득이는 여물지 않은 10대. 그것도 후반을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 있는 소년이다. 또래보다 더 거친 그는 키작은 아버지와 정신지체 장애인인 민구 삼촌과 남자 셋이 달랑 산다. 그러다가 반갑지 않은 이웃이 된 담탱이 "똥주"가 수시로 건너오는 바람에 집엔 남자 넷이 버글버글하게 되었다. 여자는 없는 집. 모습도 냄새도 상상이 가는 그 집에서 눈뜨고 잠들며 완득이는 꿈도 희망도 없이 산다. 딱 하나의 소원이라면 담임 "똥주"가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것 정도랄까.

싸움을 싫어하지만 아버지를 "난쟁이"라 부르면 자동으로 나가는 주먹을 가진 탓에 완득이는 쌈짱이 되었다. 싸움을 잘하는 아이가 아닌 싸움을 자주하는 문제아 완득이는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환경에 엄마는 이주 노동자인 외국인에 교내에서는 빈민수급대상자다. 이 사실을 공공연하게 떠벌리고 다니는 담임이 달가울리 없지만 그는 찐득이처럼 완득이의 삶에 딱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실 담임 동주는 완득이에겐 "요정 할머니"같은 존재다. 약간 삐딱한 방법을 쓰긴 하지만 그는 완득이를 관심있게 바라보는 유일한 어른이며 그에게 사사껀껀 참견하면 제 3의 가족처럼 군다. 게다가 엄마를 만나보라고 등떠미는 인물도 동주선생이다.

나는 화가나거나 배가 고프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비빔밥"인데, 작가 김려령의 소설 [완득이]는 묘하게 자투리 재료로 맛나게 비벼진 비빔밥 같다. 절묘하게 잘 어우러져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서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