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아이를 갖는가?
크리스틴 오버롤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중학교때 일이다.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 정류장이 있던 약국 앞에서 갓난 아이를 업은 젊은 엄마가 씩씩대면서 4~5세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질질 끌고 오더니 약국 앞 간이 표지간판 밑에 아이를 구겨(?)넣고 양쪽으로 봉을 잡게 하더니 발로 무참히 짓밟기 시작했다. 등교,출근 시간대라서 사람들이 많았는데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양복 입은 아저씨들은 아줌마를 말리고 학생들은 일제히 "악~"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엄마는 "내 애를 내가 때리는데 무슨 참견이야?니가 낳았어?"라며 아저씨들을 거칠게 뿌리치더니 아이를 다시 짓밟기 시작했다. 아이는 의례 있는 일인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엄마의 매를 견뎌내고 있었는데 코에서 피가 흐르고 머리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너무 끔찍해서 공중전화로 달려가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는데 남의 집 가정사니 냅두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미국 같았다면 당장 끌려갈 일이었을텐데.....요즘만 같아서도 그 엄마는 끌려 갔을지 모르는데......할머니 한 분이 길을 건너오셔서 아이를 감싸면서 엄마의 매질은 잠시 멈췄고 아이와 할머니는 약국으로 함께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버스에 올랐다. 어린 마음에도 무슨 부모가 저렇지 싶었고 모르는 할머니도 아이를 감싸는데 제자식을 그것도 엄마가 발로 짓이기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날 친구랑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부모가 되는데도 자격조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무나 낳는다고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대엔 산하제한을 하고 또 요즘같은 세상에선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단순히 인구수만 조절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갖는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검점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주말 드라마 [당신뿐이야]에서 둘째 동찬네는 아이를 가지자는 아내와 돈이 많이 들어 싫다는 남편이 티격태격하며 극을 끌어나간다. 셋이상 낳으면 "애국자"요 보육료 지원, 출산 장려금이 지원된다해도 한 아이를 어른까지 키우는데 드는 돈은 부부에겐 만만치 않은 금액인 것이 사실이니까. 이에 캐나다 철학 교수인 크리스틴 오버롤의 책을 빌어 살펴보자면 출산에도 개인의 자유가 보장 되어져야 한다는 거다. 출산의 가치를 위해서 의무론적 입장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결과론적 입장도 함께 비교해보자는 그녀의 의견이 현명하게 느껴져 [우리는 왜 아이를 갖는가?]를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책을 통해 출산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출산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거다. 소극적 의미에서 출산은 인간의 이익에 근거해 선택되어지지만 적극적 의미에서처럼 출산에 대한 모든 지원이 이루어진다해도 출산은 부부의 고유 선택조항이 되어야 한다는거다. 다시말해 출산을 거부당하는 것으로부터도 보호받아야하지만 강압적인 출산으로부터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얘긴데, 충격실화 소설인 [룸]의 경우 유괴당해서 갇힌 채 임신과 출산이 이루어진 경우라 강압적인 출산이어서 이런 범죄의 경우에도 보호의 권리 잣대를 통해 예화할 수 있겠다.

 

또한 얼마전 시청했던 [이승연과 100의 여자]에서 늦은 맘과 이른맘들이 함께 나와 노산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전문가 의견으로 바로잡고 남자패널이 직접 임산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상 입산복을 입어봄으로써 그 무게감으로나마 잠시 임신 체험을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임신은 그 결과를 평생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선택이기에 누구의 강요도 섞여서는 안되며 부부 공동의 결정으로 선택되어져야함을 다시한번 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크리스틴은 결론적으로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아이와의 관계를 창조하고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고 자신을 다시 창조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렸는데 책 속에서 캠브리지 철학교수인 오노라 오닐은 한 아이를 키우고 또 그 아이가 장래 사회에서 최소한 한 사람의 독립적인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을 제대로 시키겠다는 엄청나게 긴 세월과 많은 것이 요구되는 임무를 떠맡겠다는 결정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두 사람의 의견 모두 옳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결정해야하는 일이 바로 아이에 관한 일이다.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고 행복하게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고려되어져야 바람직할 것이다.

 

앞서 풀어냈던 에피소드에서처럼 낳기만 한다고 다 부모라고 떠들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또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임신과 출산의 선택시간이 주어진다면 아이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현명한 어른이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모두가 그런 마음가짐이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