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 5 - 두려움과 싸우는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해리포터 시리즈는 어느 권부터 읽더라도 재미있게 읽는데 무리가 없다. 회당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식으로 펼쳐져서 꼭 1권부터 읽지 않아도 해리가 어떤 소년인지, 어떤 과거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마법학교에서 받고 있는 기대와 친구나 적이 누구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거릿 피터슨의 [그림자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앞의 4권까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5권을 집어 들었지만 이 한 권에 담긴 이야기 속에 쏘옥 빠져서 no.35까지 이어지는 무용담 안에서 트레이가 어떤 소년인지 그가 처한 위험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는 세번째 아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갖가지 혜택을 받았을 아이지만 태어난 장소탓에 그는 숨겨진 아이, 유령아이로 살아가야 한다. 인구경찰이 세상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출생조차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던 아이 트레이는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탤벗가에 도착했다. 그랜트 부부가 피살되는 장면을 본 터라 아이들은 한층 겁에 더 질려 있었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탤벗 댁 집의 벨을 누를 사람을 정하다가 트레이를 차 밖으로 밀어냈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 하지만 트레이는 겁쟁이다. 그런 아이 트레이의 눈 앞에서 탤벗씨가 잡혀가고 태워온 차도 사라진 가운데 "리베르"라는 암호로 목숨을 구한 겁쟁이 트레이가 마크와 그랜트를 만나 인구경찰의 본거지까지 숨어들어가 친구들을 구해내면서 그는 영웅이 되어 있었고 그 영웅은 그의 심장에서부터 커져나왔다. 백 여 명의 세번째 아이들을 구해내기 위해 총대를 스스로 맨 트레이는 더이상은 예전의 겁쟁이가 아니었다.

 

트레이는 이 한 권 속에서 크게 성장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찬장에 숨던 나약한 소년에서 모두를 이끌 리더로 변해가면서 미래에 희망을 심는 존재로 변모해가고 있다. 소년의 용기는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이고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원래 리더십이 있던 사람이 리더로 자리잡는 것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의 용기는 언제나 바라보는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트레이에게서 발견된 것이 바로 이 설레임이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태어나는 순간만큼은 "평등하다"고 했는데, 이 최소한의 평등조차 보장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트레이는 그 평등을 보장받고자 선봉에 섰다. 동화로만 읽기에 [그림자 아이들]이 주는 주제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지금이야 저출산으로 인해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환경오염은 더 심각해지고 삶의 질은 웰빙화를 꿈꿀 때 인류는 소수의 특권을 위해 다수의 행복권을 좌지우지하지 않을거라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가. [헝거게임]을 읽을 때 느꼈던 분노와 [그림자 아이들]을 읽을 때 솟은 화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아이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의 부조리는 어른들이 만든 것이었기에 사실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적어도 이런 세상을 만드는 어른 중 하나는 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되었다. 도덕적인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부끄럽게 만드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6권에서 트레이는 5권의 시작점에서의 그와 다른 출발점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6권을 기다리면서도 예의 그 설레임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의 목숨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두근거림까지 그의 행동하나하나가 책임져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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