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도서관
아비 스타인버그 지음, 한유주 옮김 / 이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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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몇 개의 학위 중에 문헌정보학에 대한 학위도 있지만 나는 사서가 되어 본 일이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공부해 놓은 정도니까. 좋아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직업으로 이어지진 못했는데 단 한번 일을 쉬고 있을 때 지역 공공 도서관에서  계약직 사서를 구한다는 인터넷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긴 했다. 물론 일을 얻진 못했다. 면접관은 "당신처럼 커리어가 대단한 사람을 뽑을 수는 없다"고 했는데 결국 그것이 이유가 되었나보다.

 

얼마뒤 평소처럼 책대출을 위해 도서관에 갔다가 새로 뽑힌 사서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모았는데 뽑힌 사람들은 모두 50대 정도 되는 머리가 허연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었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대출 시스템이 익숙치 않으셨는지 대출을 위한 줄은 길게 늘어서 있었고 안경너머로 땀이 흐르시는 것을 보고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관계자가 아니라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어 그냥 긴 줄에 낀 한 사람으로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줄은 예전과 달리 길었지만 단 한 사람도 불평을 하거나 불편한 얼굴로 사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대하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을 나오면서 마음이 편했다.

 

나보다 더 그 일이 필요한 사람을 뽑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떨어진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질 않았다. 일반 학위를 가진 내가 지역 도서관에서 일하려고 시도했던 일은 정말이지 일반적인 일일 것이다. 그런데 하버드를 졸업한 사람이 교도소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건 그렇지 못한 일 같이 느껴졌다. 흔히 하버드를 졸업하면 어느 분야든 최고들 틈에서 일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저자 아비 스타인버그는 하버드를 졸업하고도 교도소에서 일했다. 그것도 사서로.

 

교도소 도서관이라고하면 자동으로 떠올려지는 영상이 바로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두고두고 재방송할때마다 봐도 감동적이다. 세월이 비켜간 영화처럼 전혀 촌스럽거나 시시하지 않았다. 이 감동적인 영화의 한 장 면 속엔 듀프레인이 책을 기부받아 도서관을 꾸미는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다들 신나서 책을 분류하는 가운데,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나오자 내용을 모르는 재소자가 듀프레인에게 내용이 어떤 거냐고 묻고, 그는

 

감옥을 탈출하는 이야기야

 

라고 답한다. 곧 바로 그 책은 교육파트로 분류된다. 복수극의 소설이 재소자 들에겐 감옥을 탈출하는 이야기가 섞여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파트로 분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들다니....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유머가 그들에게는 있었다. 물론 이건 영화니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감옥이 이처럼 인간적이고 따뜻할 리가 없다.

 

그래서 그가 일하는 감옥의 도서관은 매일 방문자로 넘쳐나지만 책을 읽는 조용한 분위기가 아니라 떠들기 위한 만남의 광장 같이 되어버렸다. 교도소에서 책은 읽는 매체가 아니라 돌돌 말면 무기가 되고 때론 방탄복이 되며 편지를 숨기는 메신저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던 중 강도를 만나지만 복면의 강도는 그가 보스턴 교도소 도서관 사서임을 알아보고 신체적 위해를 가하지 않고 도망갔다. 물론 도망가면서도 "책 2권을 아직 반납하지 않았지롱~"이라면 떠벌떠벌했지만. 이 모두가 저자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니 얼마나 웃긴 일인지....!

 

미국 범죄 드라마들이 보여주는 흉악함은 그가 만난 재소자들 속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다. 물론 그가 가벼운 잡범들만 골라 도서관에 입실시킨 것은 아니었다. 포주,조폭,스트리퍼,불법 노름꾼 등 세상과 격리 되어야하는 모든 인간 부류가 이 곳에 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전적이 어쨌든 간에 책을 빌려주면서 그는 인생을 선물받았노라고 회고하고 있다.

 

첫문장에서 그는 "포주는 가장 훌륭한 사서가 될 수 있다"고 고백했다. 이 문장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을 자격이 주어졌다고 본다. 나 역시 첫문장에 이끌려 책을 끝까지 읽어냈기 때문이다. 그가 전하는 교도소의 도서관이 영상으로 다시 찾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처음부터 다시 읽으면서 그가 만난 캐릭터들을 종이에 한 사람, 한 사람 기록해 봐야겠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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