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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 - 북미 최고의 치유심리학자 기 코르노의 자전 스토리
기 코르노 지음, 김성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십여년 전 즈음 이야기다.
일터에서 만나 친해진 동갑내기 친구가 병원에 한달째 다니는데도 감기가 낫질 않는다며 걱정하길래 다른 병원에 가보라고 지나가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다음날 다른 병원에 다녀온 친구의 입에서는 어마어마한 병명이 튀어나왔다. "감기가 아니고 암이래." 바로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친구는 비록 몇 달에 한번씩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약을 타와야하지만 그래도 일을 하며 즐거이 생활하고 있다.
북미 최고의 치유심리학자라는 기 코르노의 실화가 담긴 책을 보며
"감기가 아니라 암이라고 한다..."
는 부분을 읽다가 나는 문득 십년 전 친구의 그 일이 떠올려졌다. 코르노 역시 치료과정을 거쳐 병마와 싸워 이긴 사람이다. 20여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강연을 하러 다니면서 누군가에게 코칭을 했을 그가 병 앞에서 나약한 인간이 되어 인생을 다시 배우는 학생의 자세로 돌아갔다.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의 조언도 필요 없었다는 그의 말이 내 심장에도 격하게 와서 꽂히는 까닭은 최근 나 역시 갑자기 쓰러져 건강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병은 이렇게 불시에 건강한 삶을 쓰러뜨리고 긍정적이었던 사람을 고통 속에 빠뜨려버린다. 겪어보니 그렇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르노는 전이까지 되었지만 그는 죽음이 아닌 삶에 매달렸다. 물론 고통 이후 찾아온 우울증도 그의 몫이었고 그로 인해 찾아온 불안감도 그가 감내해야하는 일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잘 이겨냈기에 그는 병을 극복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을 담아 타인과 공유할 수있는 책을 출판해낼 수도 있었다. 물론 그에게도 그냥 죽고 다른 몸으로 태어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어느 페이지보다 절대 공감으로 읽어나갔던 부분도 내겐 바로 이 부분이었다. 쓰러지고 입원 첫날 너무나 아파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연신 간호사를 호출하며 진통제를 맞을면서 차라리 죽고 다시태어났으며 했던 순간들이 내게도 있었다. 아주 먼 순간의 이야기같지만 내겐 바로 얼마전의 이야기였으며 진통제도 맞는 시간적 간격이 있는데, 고통을 호소하는내 목소리가 너무 크고 절박해 간호사들도 연신 진통제를 놓아주던 그 밤. 나는 잠들지 못하면서 계속 머릿속으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했었다. 그랬기에 코르노의 투병일지는 페이지페이지마다 내겐 눈물로 읽을 수 밖에 없는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왔고 그가 깨달은 생의 해법들은 내겐 실천의 요소가 되기 시작했다.
누구도 아파보지 않고서는 아픔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은 단 한번이라도 크게 아파본 사람들에게는 가슴 절절한 일기가 될 것이고 가족 중 누군가가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에게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로 읽혀질 것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깨달은 가장 소중한 인생의 지혜는 "건강"을 잃고서는 그 무엇도 시작할 수 없다는 거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이상 우리는 이미 갖고자 하는 것의 50%는 가진 사람이니,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고 비관할 일도 포기할 일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늘 기도를 통해 많은 것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기만 했던 나 역시 내가 가진 50%를 잃고나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요즘 나의 기도는 많은 것들을 바라는 기도에서 단 하나를 원하는 기도로 바뀌었다. 제게 다시 건강을 허락해주십시요. 나머지는 제게 주신 달란트의 힘으로 제 스스로 해결해나가겠습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