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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 ㅣ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이석용 지음 / 청어람 / 2012년 2월
평점 :
생각보다 단어에 묶인 편견의 고리의 힘은 컸다. "파파라치"만해도 그랬다. 영국 다이애나비의 죽음을 두고 파파라치들이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기보다는 사진을 찍어댄 일을 두고 전세계 사람들은 비난하고 또 비난했다. 그 일을 계기로 파파라치들은 아주 유명해졌다. 나쁜 이미지로 굳어지면서. 그 외 "스토커"와 함께 "파파라치"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대명사로 뜨며 뉴스에서든 신문에서든 어디서든 파파라치라는 단어만 보이면 "쯧쯧...또"라는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다.
그런데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금상 수상작인 [파파라치]는 이제껏 가져왔던 이미지를 싹 씻어버릴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일상을 찍는다는 건 같은데 그는 의뢰를 받아 그들이 원하는 일상을 찍어주며 사진을 건낼때는 반드시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도록 리터칭을 했다.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경각심을 일으키게!
열 아홉의 길도는 우유배달점 사장님과 서점 사장님의 셋째다. 열 아홉이지만 학교는 도중에 그만두었다. 길도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열 아홉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의젓하고 긍정적이다. 스물아홉이라해도 믿어질만큼 그는 어른스럽다. 그런 그가 과거 서점에서 일한 적 있어 인연이 닿은 신부님으로부터 똑딱이 카메라를 선물받고 "파파라치"로 나섰다.
미니홈피, sns등 소셜네트워크 세상에서 자신의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고 싶어할 사람들을 고객층으로 해서 생활비를 벌고자 한 것이다. 일본으로 출장간 큰 누나 집으로 독립해 큰 누나의 열살배기 딸 다홍이를 돌보며 파파라치일로 생활비를 번다. 간간이 갓난 아기들의 아기사진도 찍어가면서.
처음에는 걱정되던 열아홉의 독립이었지만 새벽에는 우유를 배달하고 낮과 밤에는 사진을 찍으면서 점점 탄력이 붙어가던 길도의 독립은 걱정을 너머서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얼마나 아름답고 건강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절대 모를 사각 프레임 속 세상!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진 않지만 그는 그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게 된 것이다.
두 살 많은 대학생 여자친구 화심이와 속깊은 조카 다홍이의 적극적인 응원과 언제나 믿어주는 신부님,그리고 그에게 의뢰한 후 더 행복해진 사람들이 있다. [파파라치]는 기존에 알고 있던 숨어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듯 찍는 사람이 아니라 이렇듯 의뢰를 통해 그의 일상을 찍어줄 수도 있는 사람임을 길도를 통해 알고나니 나 역시 일상의 몇몇 부분은 그에게 의뢰하고 싶어졌다. 세상 어딘가에 정말 길도처럼 아름다운 순간 셔터를 눌러줄 사진사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