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 - 절망의 한복판에서 부르는 차동엽 신부의 생의 찬가
차동엽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119 구급 앰뷸런스에 실려가면서 이대로 죽어버리면 무얼 정리 못하고 떠나게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고통의 사이사이 간헐적으로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하나씩 떠올려졌는데 가장 큰 걱정은 생명에 대한 보살핌의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매일매일의 먹이는 물론 사후 그 아이들을 돌볼 대책을 마련해 두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워졌고 나머지들은 계획해 두었던 일이나 만나기로 잡아놓은 누군가와의 약속들이었다. 누구든지 간에 준비된 죽음이 아니라면 죽는 순간 그의 인생은 올스톱되면서 지키지 못한 것들만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는 무책임한 인간이 되어버리겠구나. 를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월의 이야기였다.

 

평범한 내게도 어느날 다가온 죽음의 공포는 많은 것들을 적어보게 만들고 후회하게 만들고 기도하게 만들었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산업을 쥐락펴락하며 언제나 일반인보다 1.5배는 앞서 달린 재벌 회장님이 죽음앞에서 질문을 남기고 떠났다니, 그 질문의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삼성 이병철 회장이 남겼다는 24가지의 질문의 가짓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특한 인재경영과 남다른 경영철학으로 삼성의 기초를 세웠던 그가 죽음 직전에 남긴 질문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질문의 방향이 신부님을 향해있던, 세상을 향해 있던, 아니면 그 자신을 향해 있던지 간에 다섯 페이지 분량으로 빽빽하게 채워놓을만큼 궁금했을 그 절실함이 가슴 가까이 다가와 눈으로 읽으면서도 가슴으로 새겨놓게 만든다.

 

P 56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포기와 중단이 아니라 인내와 새출발입니다

 

죽음 앞에서 새로 시작하게 된 나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음을 뒤로 하고 세상에 화두를 남겨놓는 회장님 같은 분도 있겠지만 그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한 권의 책으로 답해놓은 신부님의 글을 읽는 모두가 삶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졌다.

 

24가지라고 하지만 질문만 놓고보자면 짧아 보이고 그 내용을 읽어나가면 너무 심오하고 근원적이면서 철학종교적인 물음들이 많아 질문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복잡해진다. 가령

 

예수는 우리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죽었다는데, 우리의 죄란 무엇인가? 왜 우리로 하여금 죄를 짓게 내버려두었는가?

 

하는 질의는 종교인이 아니면 답을 전할 수 없는 내용이며,

 

천주교와 공산주의는 상극이라고 하는데 천주교도가 많은 나라들이 왜 공산국이 되었나?

 

는 전공 교수님이 사회적인 배경을 따져가며 설명해 줄 수 있는 내용 같았고,

 

지구의 종말은 언제 오는가?

 

는 예언가를 통해 답변을 들어야 할 것 같은 질문이었다. 보통 인간의 한번뿐인 삶은 죽으면 끝이라는데 끝을 앞에 두고 답을 얻고자하기엔 질문들이 모두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질문들 같았다. 이런 난해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치고는 너무나 편안하고 쉽게 풀어놓은 신부님의 글 속에서 나는 정답을 찾아내기 보다는 희망을 골라내고 있다. 콩고르듯이.

 

세상살이가 모두 순리대로 풀려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연스럽게 생을 살아낼 때 주어지는 것들이 내게 유익한 것들이라는 깨달음은 책을 통한 얻음 중 가장 으뜸이었고 그 다음 마음 깊이 새기게 된 질문은 여기가 중요한 것은 무엇이지?”라는 질문이었다. 앞으로 항상 어떤 일을 하건 이 질문을 일의 시작 앞에 둘 것이다.

 

한번 읽고나면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질문들이 담긴 책 제목이 [잊혀진 질문]이라는 것도 킬러들의 수다처럼 반어법적인 제목일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더 기억에 오래 각인되었으면 하는 신부님의 바램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힘든 순간, 절망의 순간에만 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꾸준히 감사하고 이웃의 삶과 동행하며 자연과도 함께할 수 있는 그 날이 찾아올때까지 나는 신부님의 답과 달리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아 적기 위해 내일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내 보리라 결심했다. 다이어리 첫장에 회장님의 질문 24개를 적어놓고 올해 이 중 하나의 질문만이라도 답을 찾아 적어둘 수 있기를 기도하며 잠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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