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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으깨며 ㅣ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그 독특한 분위기가 좋아 다나베 세이코의 다른 작품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딸기를 으깨며]를 읽다보니 그 전작있었다. [아주 사적인 시간]에서 노리코는상류층 연하남 고와 결혼했었다. 어떤 생활이었는지 모르지만 후작인 [딸기를 으깨며]를 통해 그간의 3년을 "형무소"에 비유한 걸보면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서른 다섯의 노리코는 "질투남" 고와 헤어져 여러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들을 만나며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라고 되뇌이기까지 하면서-.
건강하고, 일도 있고 명예도 주어졌고 그녀의 일러스트나 인형시리즈, 캐릭터 상품을 좋아해주는 팬들도 있어 그녀는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다. 남자 하나 없어도, 타인과 다른 라이프 사이클을 살아가도 그녀는 단 한 걸음도 주저함 없이 인생을 살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딸기를 으깨며]의 노리코가 금새 좋아졌다.
여자는 혼자가 좋다 p.83
홀로 살지만 쫓기는 마음이 아닌 즐기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것. 싱글녀들의 바라는 삶의 이상향이 아닐까. 그런 그녀에게도 슬픔에 잠길 시간이 다가오는데 바로 하라 코즈에의 죽음 앞에서였다.
하라 코즈에의 첫이미지는 "황량한 인생을 사는 여자"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해도 그들은 조금만 유명해져도 그녀의 곁을 바람처럼 떠나가버렸고 삶이 허락한 여유로운 것들 속에서 허무함과 지루함을 느끼던 하라는 여러 약병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레즈비언 친구인 메리처럼 만만하거나 가깝진 않지만 존경하고 있던 그녀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때 노리코는 카루이자와에 있었다. 도쿄로 급하게 돌아갈 차편이 없던 그녀가 고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툴툴대면서 그녀를 위해 2시간 남짓의 운전길을 자처한 그를 보면 싱글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그녀와 달리 그는 그녀가 없어 쓸쓸했던 모양이었다. 적어도 여전히 그녀에 대한 마음이 가슴 속 어딘가에 남겨져 있는 남자처럼 느껴졌다.
결국 하라 코즈에의 죽음은 전남편 고와의 관계를 "스파게티 친구"로 만들어 놓았고 그녀는 또 다른 소통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게 되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온화한 소통이라면 그것 역시 "기부"내지는 "기증"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딸기를 으깨며...로 시작해 딸기를 으깨며...로 끝나는 이 특별한 소설은 작가의 독특한 분위기가 여전히 잘 묻어나 더할나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던 소설이었고 나는 더불어 고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전작 [아주 사적인 시간]을 읽기 위해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