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제주 이민 - 제주 이주자 15인 행복 인터뷰
기락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작년 즈음해서 지나간 다큐멘터리의 재방송분을 본 적이 있는데, 연작이라 나머지 부분을 다시보기로 찾아볼 만큼 내용이 흥미로웠다. 젊은 부부의 제주 정착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적게 벌고 더 행복하게 살기"라는 테마로 이어진 그들 부부의 일상에는 도시의 고단함과 바쁨이 없다. 치열하게 산 도시의 삶을 뒤로 하며 정착한 제주땅. 물설고 말설고 땅설었을 그곳에서 부부는 아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욕심없이.

 

주색잡기에 빠져들기보다는 그저 오토바이 타고 길을 떠나 앞바다에서 풍덩~!!하고 오는 것이 일상의 취미생활인 젊은 남편. 아이를 돌보면서 이것저것 직접 만들어보고 박수치고 좋아라하는 아내. 이들 부부 사이엔 "돈을 더 벌어오라!""니탓이니 내탓이니"류의 싸움이 없다. 그저 웃음이요, 그저 행복이다.

 

제주의 땅이 이들을 이토록 행복하게 만든 것인가. 슬로라이프가 주는 안정감이 저런 것인가 싶어 나는 문득 제주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때부터였다. 언젠가 제주에 가서 살아보리라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꼭 많은 정착금을 갖고 가지 않더라도 비피하고 바람 피할 안전한 보금자리와 굶어죽지 않을 재주 하나만 있으면 떠나리라는 마음을 여전히 피가 옮겨 다니는 심장 저 구석에 숨겨두고 산다.

 

그런 내게 제주 이주에 성공한 15인의 삶은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후딱 열리는 책이 아닐 수 없었다. [거침없이 제주이민]은 그런 책이었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제주에서 남다른 삶을 산다. 외지인에게 인심이 후하지 못하다는 닫힌 땅 제주에서 그들은 어떻게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식구가 되었던 것인지 궁금하다면 책을 얼른 꺼내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특이하게도 제주 땅에서 무인 카페를 열고 공인중개 사무소를 열고, 도서관을 열었으며 만화를 그리거나 당근 케이크 하우스를 여는가 하면 스테이크 가게를 통해 생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목적으로 건너간 것이 아닐까 했는데, 게스트 하우스를 하고 있는 이에 대한 소개는 몇몇 뿐 자신만의 특색을 제주에서 발견한 이들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아주 만족해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많은 자금을 가지고 건너간 이는 없었다. 육지의 삶이 고되어서, 출장왔다가, 이직한 남편을 따라왔다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다가...등등의 각자의 사연은 뒤로 하고 제주에서 살아남아 먹고살기 넉넉해진 이들은 도리어 제주로 건너올 사람들을 걱정하며 그들을 향해 문을 개방해 두고 있다. 이 넉넉한 마음은 여유로운 삶의 시간에서 주어질 것일까. 도시의 인심과는 사뭇 다른 그들의 인심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제주가 따뜻한 땅이 된 이유는 기후탓도 있겠지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데워놓은 그 인심의 따뜻함에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말도 아주 다르고 문화도 낯설며 일년에 1~2월이라는 이삿달이 정해져 있다는 제주. 월세 개념이 없고 연세 개념이 있어 한꺼번에 돈을 내고 집을 빌려야 하지만 그렇게 빌려도 월세처럼 집주인이 집의 하자를 고쳐주지 않는 곳, 제주. 우리의 개념으로 보자면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겠지만 또한 그렇게 살아온 그네들의 개념으로 보자면 육지 것(?)들은 얼마나 까탈스럽고 얌체처럼 보일까. 나는 육지탈출에 성공한 제주 이주자 15인의 인터뷰를 보면서 제주에 대한 목마름이 더해 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지금 바로 제주도로 건너오세요~"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반기는 그들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 하다. 다른 삶을 꿈꾼다면 사는 곳을 바꾸라는 그들의 충고가 2012년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있따. 제주! 꼭 건너가 보리라. 꿈꿔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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