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할 수 있는 즐거움 - 최고령 프로페셔널 15인의 행복하게 일하는 법
도쿠마서점 취재팀 지음, 양영철 옮김 / 상상너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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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님을 뵐때면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정정하게 연기하시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간혹 인터뷰에서 얼마나 전문의식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는지 보여져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평생 일할 수 있는 즐거움]에 등장하는 일본인들 역시 그런 사람이다. 류승완 감독이 유쾌했던 어느 영화를 찍은 후 "생활의 달인"들이 곳곳에 얼마나 널려 있는지 그들의 모습을 엑스트라화 해서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라고 밝힌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난다. "끝까지 현역이고 싶다!"라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힌 전문가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이 나이때까지 일하고 있는 어른들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청년실업이 가중화 된 가운데 젊은 층도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퇴직을 해도 오래전에 했을 법한 사람들에게까지 일자리를 터 줄리가 만무해서일까. 평생학습이라는 말도 있듯 평생 일하기 라는 말도 일상화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15인의 달인들도 초반부터 자신의 천직을 찾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10대,20대때엔 다른 일들을 전전하다가 30대 40대 심지어는 60의 중반에 이르러서야 죽는 순간까지 현역으로 열정받칠 일을 찾아낸 경우도 있다. "호빵맨"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야나세 다카시의 경우 그랬다. 현재 91세인 그는 직장인이었다가 시나리오 작가, 제약회사 직원, 무대예술 작업 등등을 해오다가 동화작가일도 겸하게 되었는데 그때 2번째 이야기로 호빵맨을 기획했으나 많은 방송국에서 거절당했다. 하지만 오늘날 호빵맨은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만들어져 바다 건너 우리나라까지 와 틀려지고 있다. KFC의 커넬이 노령의 나이에 CEO가 되었듯 그도 무슨 일이든 즐거운 자세로 임하다보니 여전히 즐기며 일하게 된 것이다.

 

멋진 바리스타 세키구치 이치로 마찬가지 경우였다. 2차 세계 대전은 이공학부생을 카페주인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커피밀을 손수 제작했고 숙성 원두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좁은 그의 카페엔 동서양 할 것 없이 유명인사들로 넘쳐났는데, 긴자의 명소가 된 "카페 드 랑블"에서 오늘도 커피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96세인 채로.

 

이들 뿐만이 아니었다. 최고령 "스키어"인 다카하시 이와오는 젊은 층의 히키코모리들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고 최고령 만담가 "가츠라 요네마루"의 인생을 읽다보니 유행하는 직업군들만 쫓는 젊은 층에게 어느 분야든 열정만 있노라면 성공할 수 있음을 알려줄 표본이 되어 주었으면 했다. 일본에는 세대를 걸쳐 내려오는 장인집안이 많아 그것이 부러웠는데 오늘 나는 책을 읽으며 나이에 상관없이 현역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젊은 정신과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노인정의 삶이 대비되어 씁쓸해졌다. 물론 나쁘고 좋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네 어르신들에게도 하루하루의 시간을 알록달록한 그림판이 아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 채워진다면 더 건강하게 무병장수 하시지 않을까 싶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해오며 그들이 알게 된 것은 오늘 멈추어 있는 내게도 큰 자극이 되었다. 91세의 만화가, 88세의 파일럿, 78세의 기타장인,90세의 DJ, 103세의 성악가, 83세의 수상인명구조원으로 열심히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그들이 주는 감동은 지난 해 KBS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령의 어르신들이 합창으로 전해주셨던 그 감동과 깊이가 다르지 않았다.

 

삶이 전해주는 감동이 있다. 그건 반드시 사람으로 전해졌다. 살아보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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