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전해 준 쪽지 탐 청소년 문학 4
게리 폴슨 지음, 정회성 옮김 / 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방송인 서경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데, 동양의 드라마도 서양의 드라마도 추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서가 붙은 주인공을 선호하나보다. 작년에 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고 발랄하게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여자의 역을 맡아 상을 수상했던 배우 김선아의 역할도 그러했지만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 선정도서이자 미국시카고 공립도서관 우수도서로 뽑힌 [개가 전해준 쪽지]의 여대생 조해나 역시 유방암을 앓고 있지만 오히려 주변인들의 삶을 환히 밝히며 살아가고 있다.

 

조해나의 옆집엔 열 네살 소년 핀이 살고 있다. 집안 내력에 평생교육의 피라도 섞인 것인지 할아버지도 여전히 학문을 탐구 중이고 아버지도 양육보다는 자신의 교육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있으며 어릴 적 집을 떠난 엄마 역시 공부를 하기 위해 가정을 버릴 정도니 이 집안의 학구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편이다. 하지만 핀은 좀 달랐다. 공부보다는 남다른 생각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그가 이번 방하에 원했던 것은 단 하나, 대화를 나느는 사람 수를 열 명으로 제한해 둔 것이었다.

 

하나뿐인 진정한 친구 매슈,가장 친한 친구 칼,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제이미, 가장 재미있는 친구 크리스토퍼, 언제나 함께 하는 개 딜런이 있지만 핀은 친구가 있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14년을 살아왔다. 왜 그런 것일까? 소설 속에는 드러나지 않는 상처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우울하기 보다는 그저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을 어른스러울만큼 잘 받아들이는 것외의 우울함이나 외로움들을 겪고 있진 않아 보였다.

 

그런 핀이 옆집으로 이사온 조해나의 부탁을 받아들여 자신의 집 정원을 그녀를 위해 가꾸어 가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된다. 애초 계획 따위는 무시되고 조해나의 유방암 환자를 위한 모금운동에 지접 뛰어들면서 이미 열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나버렸고, 적극적으로 타인의 삶에 뛰어들어버렸으며 조해나를 대신해 철인삼종 경기에까지 생애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어 버렸다. 소통을 거부하던 소년의 성장은 이렇게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인해 이루어져나갔다. 그해 여름에.

 

사람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데 불편함을 겪던 소년이 스스로 그 틀을 깨고 나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사람들 속을 파고들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타인의 치유를 돕는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어느날부터 개 딜런이 전해준 적시적소적 표현이 담긴 쪽지의 범인이 조해나였음이 밝혀지면서 핀뿐만 아니라 핀의 개 역시 조해나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었다는 사실은 끝무렵에서야 밝혀진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십대 소년의 감성으로 이야기를 적어내려간 작가 게리 폴슨은 무려 200여권의 아동도서를 집필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그 해 여름 소년의 성장을 우리 앞에 내어놓았다. 그 어떤 가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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