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영의 세상견문록 - 365일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
서은영 지음 / 그책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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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TV매체를 통해 알게 된 서은영이라는 여자는 조금 마르고 평범한 듯 하면서도 느리고 편안한 목소리가 주는 나긋나긋함으로 인해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으로 비춰졌다. 패션 디자이너에서 패션지 기자로, 스타일리스트로, 저자로, 방송인으로 살아온 커리어가 어마어마해보이지만 상대로 하여금 편안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나 똑똑해요 라는 사람보다는 내게 기대바바 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그 자신이 그런 인물이 된다는 것 또한 그보다 더 어려운 일임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에서부터 똑부러진다는 느낌을 준다는 내게 반대의 매력을 지닌 이런 이들이 얼마나 부러운 이들인지...이들은 알고 있을까.

 

통통한 몸이 아닌 마른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1년내내 그 좋아하는 밀가루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고 살아봤다는 그녀. 생각보다 독한 면도 있나보다 싶어졌고 방송내내 눈웃음부터 소리웃음까지 내며 출연자들을 편안하게 대하는 모습에서 부드러움을 보았다. 그렇게 자기만의 영역을 확고히 해온 그녀가 어느날 문득 떠났다.

 

2010년 11월. 중동을 거쳐 그리스에서 배를 타고 성지 순례를 끝내려던 계획인 이집트, 터키, 이스라엘,로도스, 파트모스, 사이프러스 섬을 다니며 입국했고 이후 땅끝마을에서부터 보길도를 거쳐 태백,경주 를 가로지르며 강원도,경상도,전라도,충청도를 헤매다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분명 무언가 계획하고 떠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일보다 여행을 앞세워 산 삶은 그녀에게 삶을 살아갈 또다른 파워를 갖게 만든 것 같다.

 

분명 그녀의 말처럼 책이 여행 가이드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여행이,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얻어진 답들이 글을 읽는 다른 누군가의 삶에 희망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어느 씨앗은 여행을 꿈꾸게 만들고, 어느 씨앗은 깨달음을 갈망하게 만들고, 또 다른 씨앗은 시간을 추억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가운데 나는 책 속에서 여유를 얻어 나왔다.

 

가장 친하고 편한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그녀의 여행을 책으로 함께 하고 나서 나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새해를 선물받았다. 앞서 달려가던 급한 마음과 계획의 보따리들을 잠시 풀고 차 한잔 마시며 나다운 나를 찾기 위해 나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줄 여유. 빌려온 씨앗은 그렇게 내게 여유로움을 남겨놓으며 가장 나답게 살 2012년을 꿈꾸게 만들었다.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이들은 무엇을 가슴에 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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