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나를 물들이다 - 법정 스님과 행복한 동행을 한 사람들
변택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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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전하려던 메시지는 무소유라고 살아온 내게 스님이 사라진 세상에서 그 메시지가 무소유가 아니었다는 메아리가 들려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귀가 잘못되었나? 귀를 잘 닦고 들어봐도 그 소리는 무소유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법정 스님과 행복한 동행을 한 사람들의 증언이 그랬다.

 

[법정, 나를 물들이다]는 생전 법정스님을 영접한 사람들이 남긴 추억담이다. 천주교 주교, 조각가, 화가, 원불교 교무, 농부, 스님, 목사, 교수, 주부, 법원 사무관, 불교학 박사, 정신의학 박사, 서예가에 이르기까지 스님의 사람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나이를 막론하고 성별을 구별짓지 않고 모여들었는데 그 사람들의 숲 향기가 너무나 좋아 세상살이가 갑자기 싱그럽게 느껴졌다.

 

반복되는 일상이 떄론 지겹고 무섭고 짜증스럽다가도 이런 평화와 행복을 접하면 다시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삶은 더 살아봐야 하는 것이라고 어른들이 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가면 함께 행복하다!!

 

는 가르침을 실천하고 떠난 스님을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돌덩어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며 살아온 최종태 조각가는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 스님은 그 말씀과 실천이 쉬워서 좋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그렇게 맞닿은 인연으로 길상사 절 마당에 아주 이례적인 모습의 관음상이 세워지면서 경계없이 타종교를 받아들인 스님을 2010년 2월 하순, 마지막으로 뵈었다고 전한다. 맑은 사람 곁에 있으면 그 맑음이 옮아 좋은데 스님이 바로 그런 분이었다면서.

 

세계최초 시도일지도 모를 추상 후불탱화를 그린 방혜자 화가는 길상사에 [피어오르는 생명]이라는 작품을 걸어두었단다. 어려서부터 약골이었지만 "얘도 사람 구실을 하겠습니까?" 라는 어머니의 물음에 "얘야 말로 사람 구실을 하겠습니다"라고 어느 스님이 답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그녀.기독교 장로 자녀를 스님에게 데려가 기댈 곳을 만들어 주었다는 회고담에서 스님도 스님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도 종교에 대한 그 어떤 틀을 두지 않고 사람 사귐을 하는 사람들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이 얼마나 편안한 배려인지.

 

그뿐이 아니었다. 원택 스님의 회고 속엔 의견은 다르지만 어느쪽도 그르다 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큰 스님 두 분이 존재한다. 스님의 책도 정가를 붙여 시중에 내어놓아야 한다며 실천했던 법정 스님과 책은 법공양이라며 정가를 붙여 세상에 내놓기를 거부했던 성철스님. 이 두분 사이에서 꾸지람을 들어야했던 원택스님은 다른 생각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했던 두 스승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추억삼아 이야기하고 있는데, 스님이 남기고 떠난 무소유의 정신이 무엇인지 천명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어떨까. 정치와는 전혀 맞닿아 있을 것 같지 않았던 스님도 살아생전 국회의원을 알고 계셨다. 17대,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방송인 이계진 의원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 낙향하여 시골에 살면서 스님을 만나던 처음 시간부터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여러번 스님의 의견을 들으러 찾아뵈었던 시간, 입적 이틀 전 남미 출장을 다녀오던 길에 스님을 찾아뵈었던 마지막 시간에 이르기까지 그 돌아오는 길에 떠올랐던 인물과 생각을 정리하며 그는 스님의 향기를 고스란히 기억해내고 있었다.

 

그 외 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추억하고 있다. 텅 빈 충만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은 비단 그의 글뿐만 아니라 삶까지 조명하는 이야기일텐데, 스스로의 삶엔 그토록 엄했으면서도 타인에겐 한없이 너그러웠던, 단지 표정만 근엄하셨던 큰 스님의 삶은 여전히 우리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 그 향기를 전하고 있다. 뜨거운 물에 우려낸 차가 식어서도 그 향기를 고스란히 공기중에 퍼뜨리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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