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성인이 되면 슬픔이나 괴로움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잘 감출 수 있게 된다 라고 어느 책의 여주인공이 말한 적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감추게 되는 것과 동일해지는 일인지 그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이 마음 속에 숨겨둔 비밀이나 무거운 짐을 엿볼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타인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을까.

 

16세의 에이이치는 이상한 부모님이 이상한 집을 사는 바람에 고구레 사진관으로 이사오게 된다. 고구레  사진관은 고구레 야스지로가 심근경색으로 여든 다섯에 사망하면서 하나비시가로 팔렸다. 하나비시 가에는 아빠, 엄마,"나"인 에이이치와 동생 히카루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가족으로 약간 다른 생각으로 유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에이이치에겐 이런 가족들의 모습이 행복으로 다가오기보다는 괴짜적으로 다가와 있었다.

 

에이이치에겐 덴코라고 불리는 다나코 쓰토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들은 합심해서 유령이 출몰한다고 알려진 고구레 사진관에서 찍힌 심령 사진의 비밀을 찾아 의기투합한다. 첫번째 의뢰인(?)은 한 여학생으로 무심코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노트 안에 섞여 들어온 사진 한장 속에서 죽은 이웃들 사이에서 울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따지러 들이닥쳤는데, 알고보니 사진은 심령사진이기보다는 사람들이 감추고 싶어하던 본심이 찍힌 것이었다.

 

사회적 소설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가 미야베 월드 시리즈를 내면서 일본 고대로도 갔다가 현재의 이상기류를 적어내려가기도 했지만 사실 나는 이전의 그녀의 작품들이 가진 짙은 사회고발적 시선이 맘에 들었기에 이 평이하면서도 어쩐지 온다 리쿠적으로 변해버린 내용에 약간은 심심함을 느끼고 있다.

 

중독성이 강한 그녀의 시리즈 중에서 유독 미야베 월드 속 현대물은 그닥 매력적으로 와 닿지 않은 가운데 소설부문 1위까지 했다는 화제의 도서에 대해 나는 다른 느낌을 갖게 되었다. 다시 그녀의 날카로운 시각은 작품을 통해 맛볼 수 없는 것일까.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새로운 소설이 내겐 필요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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