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레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크림슨 리버]는 내게 너무 어려운 내용이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알프스 산맥의 작은 대학도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10년 후. 프랑스 스릴러의 황제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미세레레]를 발표했는데 겨우 1편을 읽었을 뿐이지만 여전히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단순히 트릭이 복잡하고 반전이 있다는 식이 아니라 1권을 읽었는데도 범죄의 가닥을 잡아내지 못하고 말았달까. 요코미조 세이시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읽으며 맛보았던 재미와 희열과 달리 어려운 학문서를 접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읽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장편에는 존재하는 듯 했다.

 

출간 즉시 아마존 프랑스 1위로 등극했다는 미세레레는 라틴어로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의미로 어린 소년들의 미성으로 불려지는 성가곡이라지만 나는 살면서 한번도 이 음악을 접해보지 못했기에 감히 상상으로만 나래를 펼치면서 이 소설이 빨리 영화화되어 귓가에 그 음악을 접해볼 수 있기를 감히 희망해 본다.

 

제목에서 시사하듯 미세레레가 힌트가 될 수 있도록 성가대 지휘자 괴츠가 살해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63세의 노장 리오넬 카스단이 젊은 천재 경찰관 볼로킨과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연쇄살인이 현재에서 기인된 것이 아니라 나치치하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때부터 훑어내야하는 사건임이 밝혀진다.

 

살인자의 신발 사이즈는 240. 아이의 신발 사이즈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단서는 레베스보른의 신발이라 불리는 특별한 아이들만이 신는 신발임이 밝혀지고 그들이 나치 친위대에 의해 연구되어졌던 대상임을 알아가면서 나치가 얼마나 잔혹하게 사람들을 실험하고 고문했는지 탐문해나갔다. 그 사이에서 튀어나온 이름 하나 하르트만.

 

한스 베르너 하르트만은 프랑스 인과 바이에른 인 사이에서 태어나 나치 하에 음악을 잔혹하게 활용하며 피의 관현악을 연주해 나갔다. 상상만큼 무서운 것이 더 있을까. 싶을만큼 뒷골을 서늘하게 만든 [미세레레]는 결국 2권을 읽어야 그 결말을 알 수 있겠지만 1권만으로도 충분히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 존재인지....극한의 상황에서 쉰들러처럼 사람을 구하는 인류가 있는가 하면 도리어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인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미세레레는 결국 "목소리"를 둘러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추악함이 가득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할 내용이 함축되어 있고 일제시대를 겪고 종군 위안부와 731부대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은 상처를 헤집으며 읽게 만드는 스릴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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