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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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를 읽으면서 앞으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들은 발빠르게 골라 읽어야되겠다라는 마음이 들만큼 그의 첫작품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후속작인 [위험한 관계]에 이어 [모멘트]까지 연달아 읽어나가면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저력은 어디까지인지 감탄하게 만들고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모멘트]의 이야기는 우리를 분단시절 독일로 끌어다놓았다. 분단국가. 한반도가 자유와 공산의 분단으로 나뉘어져있는 것처럼 독일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그러했는데 그들은 그 장벽을 허물면서 분단의 벽이 허물어졌다. 김정일 사망 직후 이 책을 읽게 되어 감회가 더 남달랐던 내게 1980년대초 분단지대 베를린은 낯선 공간이면서도 묘하게 이해가되는 공간으로 읽혀졌따.

 

여행작가 토마스가 이혼하면서 향수가 어려있던 그 시절, 그 곳으로 되돌아가 과거의 연인 페트라의 노트를 건네받으면서 그들이 사랑하고 헤어졌던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누구와도 얽히기를 거부했던 페트라의 과거는 동독에 두고온 파탄난 결혼생활에 있었고 요즘 한참 드라마에서 북한에 둔 아들 때문에 스파이가 되어버린 한 여인의 이야기가 방영되고 있는 것처럼 그녀 역시 동독 어딘가에 볼모로 잡혀 있는 어린 아들 요한을 위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어 자신의 사랑마저도 무참히 짓밟혀야만 했다. 이보다 더 슬프고 아픈 여자의 일생이 또 어디 있을까.

 

모두가 평범하게 살던 시절, 페트라는 그렇게 폐쇄적으로 살면서 자신을 지키는 일에도 실패했고 사랑을 지키는 일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의 생존을 보장받았고 그리움으로 한 남자를 기억하며 그 생을 끝까지 살아냈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과 배신에 대한 오해를 세월이 흐르고 그녀의 사후에 그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 요한을 만났다.

 

아들을 위한 모정이 그들의 운명을 엇갈리게 만들었고 이데올로기가 사랑보다 더 중요했던 그 시절의 아픔이 그대로 담겨 있어 분단이 개인의 삶도 희생시킬 수 있는 요소임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소설은 그렇게 우리네 와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들면서도 묘하게도 지나간 독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자유가 없던 시절.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었던 연인들의 사랑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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