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소년과 붉은거인
카티프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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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한 웹툰에 꽂혀 짬짬이 그리고 이동중에도 빠져지내고 있다. 보고 또 봐도 너무나 좋아서 본 것인데도 반복해서 보며 가슴 짠함을 느끼고 있다.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는 그렇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전해주는 이야기라 나는 그 이야기 속에 푸욱 빠져지낸다.

 

그런데 그 외에도 100만 네티즌을 울린 감동 웹툰이 또 있다고 해서 나는 찾아 나섰다.

[녹색소년과 붉은 거인]이 그것이었는데 처음엔 졸라맨의 컬러판인가 했지만 이 청아한 이야기는 유머가 아닌 진솔함을 전달하는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영웅스럽지 않아 친근했고 소심한 듯 작은 행복 안에서 만족하며 사는 우리네 삶과 이어져 있어 아름답게 느껴졌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았겠지만 해피엔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결말보다 더 행복감이 전해진 것은 아마 그들의 만남이 위로의 힘을 전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어졌다. 한없이 외로웠던 "소년"도 "거인"도 호의와 위로를 통해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삶"을 살게 된 것은 비단 감성을 자극해서만은 아니었으며 어느 네티즌이 간만에 안구가 정화된 것 같다고 평해놓은 그 평 역시 딱 내가 남기고 싶었던 그것 이었음을 알게 만든 이야기가 바로 [녹색소년과 붉은 거인]이었다.

 

태어날때부터 다리 하나가 없었던 소년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이 나이 많은 할아버지와 살고 있었고 그들이 가진 재산이라고는 작은 텃밭과 그 텃밭보다 더 작은 집 한 채에 소 한마리와 닭 다섯 마리가 전부였다. 아이들에게 집단 왕따를 당하던 어느 날 숲에 홀로 남겨진 소년이 거인을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 것이고 그 운명이 그들을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멋진 단짝으로 이어준 일은 하늘의 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림은 입체감이나 화려한 묘사로 우리를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함으로 그 동화스러운 깨끗함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데, 사실 그림 속 곰도 닭도 소도 아이들도 소년과 거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눈과 귀와 코가 없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말하는 것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 그것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지극히 단순한 이 그림 속에서 그 어떤 그림보다 꽉 차 있는 따뜻함을 발견해내고 있다. 두께에 비해 보는 내내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만큼 휙휙 넘겨지던 페이지들도, 그림보다 색채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그림 후에 글을 읽게 되는 그 신기한 순간의 경험들이 다른 웹툰과의 차이를 알려주었고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에서 받은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이 가슴 가득 고이는 경험을 하고 있다.

 

녹색소년과 붉은 거인은 다소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결말로 이어지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을 그들의 아름다운 마지막 만남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2011 네티즌을 울린 감동 웹툰은 이렇게 연말이 되어서야 나를 찾아왔지만 올해가 가기전에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아름다운 마음으로 이 해를 마무리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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