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2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확실히 멋진 일이다. 비오는 날, 달달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나는 베토벤의 일생 읽기를 끝냈다. 건강이 좋지 못해 며칠을 나누어 읽으며 나는 이정도 아픈 것도 짜증스럽고 불편한데, 그의 장애는 그의 삶을 얼마나 우울하고 뚝 떨어지는 마인드화로 몰고갔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귓가에 접해오는 음악은 너무나 달콤한 것들이었다.

 

웅장하면서도 때로은 속삭이는 듯 하다가 마구 야단치는 것 같이 흘러가기도 하지만 마지막엔 맛깔스럽게 딱 맞게 끝나버리는 깔끔함을 주는 음악. 그의 음악은 그래서 늘 들어도 이토록 귀를 즐겁게 만든다. 초등학교때부터 줄곳 들어왔던 베토벤. 유행가보다 연주곡이나 클래식을 귀에 달고 산 나를 희귀종 보듯 했던 친구들에게 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이 좋음에 대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작은 손으로 월광을 연주하면서 나는 달빛 아래 베토벤을 등지고 연주하는 작은 소녀가 되기도 했고, 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청중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상상은 이렇게 한 위대한 음악가와 함께 시작되었는데, 가사가 없어 그때의 기분에 따라 이런 상상도, 저런 상상도 마구마구 바꾸어가며 할 수 있어 나는 클래식을 참 많이 듣고 사랑했다.

 

저자의 의도처럼 들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이토록 근사한데, 종국엔 더 발전되어서 CD를 걸지 않아도 책을 펼치는 순간 책 속에서 음악이 연주되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해 보지만 이것 또한 리모컨 없이 CD를 작동시켜야하는 부지런하지 못한 태도 때문에 생각해본 엉뚱함이었다.

 

당대의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베토벤은 쉬운 음악가가 아니었다. 머리가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진 땅딱막하고 키 작은 거무스레한 남자. 불친절한 인상에 무뚝뚝함이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그런 남자. 결코 거만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고난을 극복하고 죽어서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루어질만큼 비밀의 연인에 대한 궁금증을 일게 만드는 그런 남자.

 

음악만큼이나 유명한 몇몇 에피소드 외에 그의 이미지가 공포와 맞닿아 있게 만든 것은 역시 마스트였다. 프란츠 클라인이 만든 석고 주형인 이 마스크는 두 눈이 감겨 있고 입이 한 일자로 꾹 다물어져 있어서 참 무섭고 무뚝뚝하게 느껴졌다. 거장의 삶은 달콤함보다는 씁쓸함과 외로움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그의 음악은 세대를 뛰어넘어 그와 우리를 잇는 소통의 다리였고 언제나 그럴 것만 같았다. 언제들어도 좋은 그의 음악. 친화적인진 않았던 한 음악가는 남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2번째에 실린 베토벤은 하이든과 또 달랐다. 음악가마다 다른 음색을 가졌듯 삶 역시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살다갔고 어떤 음악적 방향으로 나아갔던 간에 지금까지 우리의 사랑을 받는다는 공통점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베토벤은 그 누구와도 다른 삶을 살다간 특별한 음악가였다는 사실을 음악과 삶을 통해 알게 만든다.

 

내가 베토벤의 음악을 질림없이 꾸준히 듣고 있는 이유. 명품이 세대를 거쳐서 더 사랑받듯 명작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으로 매혹의 그물을 던져 사람을 홀려놓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오늘은 홀려 있는 여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