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가 입을 뗄때마다 웃음이 빵빵 터진다. 개그가 아니라 소신발언을 하며 정말 나오는 말 모두 어려운 학술용어들이 줄줄 흘러나오는데도 참 웃기기만 하다. 아마 그가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이라 그 웃음이 강의에도 접목이 되어 있나보다. 이렇게 즐기면서 사는 교수를 나는 본 일이 없다. 이렇게 유쾌한 중년의 남자를 본 일도 없는 것 같다.

 

잘 삐지고, 뒷 끝 길구, 뭔가 하자 투성이인 미혼의 그에게 2살 터울 여동생은 예쁜 여자보다는 튼튼한 여자랑 결혼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연령이 자신의 누나뻘이었던 여동생의 권유에 따라 평소 좋아하던 이상형을 버리고 독일 유학 도중  한국에 나와 쭉 여자들을 만나며 가장 튼튼한 여자를 골라 독일로 데려갔다고 한다.

 

스테이크를 원없이 먹게 해주겠고 우아하게 벽난로를 사용하며 살게 해주겠다며 홀딱 꼬셔서 데려갔다는 김정운 교수는  그 일이 거짓말은 아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독일 학교의 학생 식당에는 엄청나게 질긴 스테이크가 원없이 많이 제공되었고 낡은 처소에는 예전 방식의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런 아내와 20년을 살아온 그가 책 제목에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다소 엉뚱스러운 제목을 다는 순간 아내는 더 멋진 답변으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나는 당신과의 결혼을 후회 안하는데..."라고 해서 그를 움찔거리게 만들다가 "가끔"이라고 말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그 남편에 그 아내였다 역시.

 

그의 유머는 강의 뿐만 아니라 생활화 되어 있어서 원하는 것을 위해서 몰두하는 점 역시 어린 아이 같다. 아이같은 순수함이 엿보이는 어른. 뽀글머리 피터팬 교수님의 삶과 강의는 그래서 우리에게 인문학을 더이상 어려운 것이 아닌 재미난 학문으로 느끼게 만든다. 한 사람의 힘이 학문에 대한 관심을 움직일 정도로 강했다.

 

호텔처럼 편안한 잠을 위해 호텔처럼 맨날 빨고 빳빳히 풀먹여 다려야만 하는 흰 침대보를 위해 자신의 월급을 몽땅 포기한 남자. 이런 김정운 교수가 우리에게 삶을 즐기며 살라고 말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을 탐하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우울한 날이면 그의 강의 동영상을 보고 그의 책을 읽으며 인문학을 곁에 둔다. 우울할땐 인문학을~!!내겐 주문이 되어 버렸다. 한 남자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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