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
한유주 외 지음 / 뿔(웅진)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아주 무서운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주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달까.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누가 누구를 죽이고 누가 누구를 파묻고 식의 사건은 이제 비단 책에서만 들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엄마와 아들, 친구와 친구 사이에도 돈이나 성적, 잔소리 등등이 매개체가 되어 사람이 사람을 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 속에서나 발견해내던 사회고발적 잔혹사들은 이제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에 젊은 작가 8인의 소설은 처음 생각했던 것 마냥 끔찍하지도 잔혹스럽지도 않았다. 다만 젊은 소설가 8인이라는 글자가 자꾸만 오타가 나는 바람에 글을 읽고도 서평을 쓰는데 장시간이 걸리고 있을 뿐이었다.

 

문학평론가 조연정의 말처럼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의 사실로 모아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무언가 잃었다는 그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을 발견하기 위해 나는 8개의 이야기를 읽고 말았나보다. 무언가를 잃었다는 사실. 그것은 "인간다움"이 아니었을까. 인간다움이 부재한 세상에서 친구를 죽이고 모르는 사람을 강으로 밀어 자빠트리면서도 죄책감 없이 이야기를 주절주절 해대는 풍광이 연출된다.

 

그렇다면 한번 잃어버린 인간다움은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것일까. 사이코패스가 아닌 다음에야 원래 제것이었다면 되돌려질 수 있겠지만 비인간적일때 행해졌던 일에 대한 죄책감은 그 후 고스란히 그의 몫이 되어 더 괴로워질 것이 자명했다. 그렇다면 한 번 잃어버린 인간다움은 추후에 자신이 괴롭지 않기 위해 절대 되돌려져서는 안되는 사실일까. 나는 그것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그런 의미에서 가장 괴로워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소설 속에서는 [불멸]에 등장하는 앙투안이 아닐까 싶어졌다. 그는 계획적으로 친구들을 죽이려고 맘 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출세욕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기댈것 없는 자신의 배경이 한탄스러운 가운데 학장에게 제출한 [불멸]이라는 명곡을 친구 람세스가 똑같이 작곡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를 제거하게 된다. 그저 성공하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망에 충실했을 뿐인데 그는 친구를 죽이는 범죄를 저질렀고 그 순간 네 명의 친구 중에 두명이 죽은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네 명 중 한 명은 자신이 죽였으니 나머지 한 명은 누가 죽인 것일까. 알리바이라고는 살인의 순간 자신이 람세스를 죽이고 있다는 것을 고백해야 증명될텐데, 알리바이를 대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고백해야 하는 난감한 순간에 봉착한 앙투안은 곧 범인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다.

 

귀족가의 자제인 제프리와 서로를 향해 칼을 들이대는 순간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영광스러운 작품도, 더이상 남아나지 않은 우정의 조각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는 그들이 바닥에 떨어뜨리고만 인간다움만이 남아 죽어가는 그들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그래서 무섭다기 보다는 쓸쓸한 이야기가 된다.

 

유실물. 우리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달리지만 정작 한편에서는 무언가를 잃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 잃어가는 것들이 얻어지는 것보다 하찮은 것들이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삶이 점점 채워지는 삶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이 쓸쓸하면서도 처연한 작품들의 읽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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