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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공주의 사생활 - 조선 왕실의 은밀한 이야기
최향미 지음 / 북성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역사속 여인들의 삶엔 질투만 있는 것도 아니요, 궁중 여인들의 야사에 암투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파란만장했던 조선 왕조를 살아내야했던 여인들의 삶. 왕이 되지 못한 왕자의 삶도 비참한 삶의 연속이지만 공주나 옹주라고 해서 딱히 영화로이 살았던 것만도 아닌 듯 했다.
[조선공주의 사생활]은 그런 공주나 옹주의 삶 중에서 드라마틱했던 이야기들이 모여져 있다.
세자나 세손의 배필을 정하기 위해 내려졌던 간택령이 사실은 한 왕의 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생겼다니 그 유례를 알게되면서 냉혹한 왕의 모습보단 따뜻한 아비의 정이 느껴졌다. 그 왕은 바로 태종이다. 아들도 부인의 친정도 박살낸 그 왕이 차비가 낳은 딸이 골라놓은 사윗감에게 퇴짜맞자 간택제를 실시하게 되었다니....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또 자신의 딸과 아들은 재빠르게 혼인시키면서도 재상들에겐 공녀로 딸을 내어놓으라고 명을 내렸던 이중적인 왕 효종 시절 왕녀로서 나라를 구하기위해 제 한몸 희생했으나 결국 화냥년으로 낙인 찍혀 무덤 안에 넣을 시체마저 보존할 수 없었던 의순공주의 족두리가 묻힌 무덤 이야기도 슬프기 그지 없었다. 여인의 일생은 귀하나 천하나 왜 이리 하나같이 기구한 것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용당하고 그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는 사연을 접하게 될때마다 드는 씁쓸함은 에소프레소의 그것보다 더 진했다.
소박을 맞았던 공주도, 남편의 바람 때문에 눈물잘날 없었던 옹주도,남편의 외도를 눈감아 주었으나 쓸쓸히 죽어가야했던 공주의 이야기도 서글펐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연은 제일 처음에 등장한 문종의 외동딸 경혜공주이야기였다. 얼마전까지 재미나게 봤던 [공주의 남자]에 등장했던 그 경국지색 경혜공주의 삶. 드라마 속에서봤던 것처럼 그녀는 문종이 세자였던 시절에 태어나 일찍 아비를 잃고 숙부에 의해 동생과 남편을 잃었으며 왕비가 없던 나라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의 자리에 있었으나 하루아침에 가장 천한 노비로 살다가 승려로 출가했던 기구한 일생을 산 여인이었다. 딸과 아들의 면천을 위해 원수의 목전에 머리 숙여야했고 결국 39세에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행복했던 마음보다는 눈물 바람으로 살아간 아름다운 여인 경혜공주.
드라마 속에서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너무나 가슴아퍼 나는 잠시 책 읽기를 멈추고 상상해본다. 만약 내가 경혜공주였다면 그녀처럼 꿋꿋할 수 있었을까. 삶을 포기하거나 도망가버리지 않고 그 자를 지키며 머리를 빳빳히 들 수 있었을까. 이런 저런 상상들로 머릿속이 가득찬 가운데 나는 이 많은 공주들 중 그 누구의 삶도 부러워하지 않고 있는 지금을 발견해냈다. 명예롭고 많이 가졌던 그녀들의 삶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저 평범한 오늘을 살아가는 내 삶이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결국 삶에 대한 만족도는 지위부유를 막론하고 자신의 만족감으로 평가되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옛 여인들의 삶을 둘러보며 깨닫게 된다. 미안하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