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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러브 - 나를 사랑하는 시간
도미니크 브라우닝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편집장으로 일해온 도미니크 브라우닝의 삶에 적절하게 맞아들어갔다.
그녀는 [하우스 앤드 가든]의 편집장으로 산지 13년 만에 삶의 발판이요, 의지하던 대상이자 삶의 기반니었던 "일"을 잃었다. 뿐만 아니었다. 어느날 예고 없이 날아든 해고장은 그녀뿐만 아니라 회사내에서 거느리고 있던 식구같은 직원들까지 길밖으로 내 몰았다. 충분한 준비없이 갑자기 내몰리는 것은 이 세계에서는 흔하디 흔한일일까.
도미니크 브라우닝이 어떻게 13년이나 견뎠을까 싶을 정도로 잡지 편집장이 살아가는 세상은 원시 정글을 약육강식 세상 같았다. 마치 드라마 스타일을 통해 본 내용정도는 달콤한 소설처럼 여겨질만큼.실직을 했던 일을 하고 있던 간에 보통의 편집장이라면 글을 쓰라는 제의가 왔을때 자신이 몸담고 있던 전문직종에 대한 찬사나 커리어를 앞세운 내용을 기재해나갔을텐데, 도미니크는 이후의 삶에 대한 내용을 기술해 [슬로러브]라는 책을 완성해냈다.
사실 해직 후 그녀의 삶은 무기력해졌고 우울한 일 투성이였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졌고 앞으로 살아갈 일도 막막했으며 무엇보다 항상 만나오던 사람들과의 약속이 다이어리 속에서 비워져 버린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내일 눈뜨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 더이상 마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부적응은 가장 큰 문제였고 숙제였다.
p.154 내 마음은 보수공사를 해야할 시기가 한참 지났다
다행스럽게도 실직 후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그녀의 삶은 다른 것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없어도 행복한 삶이 아니라 천천히 흘러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한 도미니크. 마음을 열면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그 어떤 선지자의 명언록보다 사실적이다. 매일 눈뜨는 아침을 어디에 매여있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으로 가득 채우는 일을 시작한 그녀의 삶은 그래서 불행해보이지 않았다.
일터를 잃은 이후, 자살하는 가장들. 무료한 시간을 어쩌지 못해 거리를 방황하고 식구들에게 실직을 알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던 여러 가장들의 모습과 달리 그녀는 자신의 삶을 느리게느리게 굴려가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천천히 해내고 있다. 또한 계속 바쁘게 살았다면 이만큼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해 인생의 또다른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을텐데....그래서 그녀에게 실직이라는 위기는 삶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도리어.
나를 사랑하는 시간.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발견하지 못하면 값지게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도미니크는 삶에 세번정도 찾아온다는 그 소중한 기회를 붙잡은 운 좋은 사람처럼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