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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
함규정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유아교육에 몸담고 있는 언니 한명이 이런 말을 던졌다. 부모가 되는 것에도 자격이 필요하다고. 자격증을 받지 못하면 부모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아마 현장에서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그런 답답증이 생겨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니의 이 발언을 두고 두 가지 생각에 젖어 들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험한 발언처럼도 들리는 이 말이 마치 SF영화 속 미래의 어느 날에 이루어질 것만 같은 미래현실처럼 다가오기도 했고, 반대로 아이를 막 키우는 부모와 마주치거나 뉴스를 통해 낳아놓고 버리는 부모들을 발견했을때엔 정말 언니의 발언처럼 자격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싶어졌다.
나 역시도 그 발언에 50%쯤은 동의하고 싶어질만큼 세상에는 아이를 막 대하거나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방치하다보니 세월이 흐르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많이 배웠다고 아이를 대하는 일이 쉬울까. 고학력 범죄나 부모가 특정 전문직 직업군인데도 불구하고 자식과의 트러블이 있어왔던 것을 보아하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았다.
[엄마의 은행통장]이라는 소설에서처럼 많이 배우진 못했어도 다정하고 현명하게 아이들을 길러내는 부모도 있으니까. 다만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그 시작과 눈높이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인지 그것에 대해 알고 시작된다면 첫출발부터 좋지 않았을까.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은 비슷하겠지만 첫 아이를 키울때나 둘째, 셋째를 넘어가면서 좀 더 숙달되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 대하는 경우가 아니기때문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육아를 진행할 노하우가 쌓였을테니까.
부모에게도 한계가 있는데 완벽하다는 것을 포기하고나면 좀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이를 정말 잘 기르는 친구가 있다. 겸손하게도 스스로 잘한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곁에서보면 참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떼쓰는 것이 정상일텐데, 함께 쇼핑을 해도 그 아이들이 떼쓰는 일은 본 일이 없었다. 여지껏 그래왔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 앞에 가서 사달라고 말하고 친구는 지갑안의 돈과 사야할 품목들을 보여주며 왜 살 수 없는지 차분하게 설명했고 아이들은 그러면 그 물건들을 조용히 놓고 다시 즐겁게 카트를 밀곤했다. 옆에서 볼때마다 신기한 광경이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그 친구가 아이들을 교육하는 과정을 보면 참 놀랄때가 많다.
주변에 이렇게 모범 답안을 가진 친구가 있어서 나는 아이를 대하고 기르는 일에 대해 찬찬히 살펴볼 좋은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를 읽어나가며 친구가 하고 있는 일이 학문적으로도 얼마나 올바른 일인가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긴 했다. 지인 중에 떼쓰는 아이에게 무조건 소리지르고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화풀이하는 경우도 봐왔다. 결과 그 집 아이는 손 델 수 없을만큼 안하무인 격으로 자라 천하제일의 떼쟁이화 되어 있다. 두 집만 비교해봐도 아이들에게 엄마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기에 나는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답안들을 많이 가지게 되어 행운이라 생각된다.
엄마가 되기도 전에 좋은 것들을 미리 학습할 수가 있으니 행운이었고 좋은 친구가 있어 추후 도움받을 일이 많을 테니 그 또한 행운이 아닐 수 없겠다. 또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으니 나는 정말 좋은 엄마가 될 양분을 많이 가진 셈이다.
엄마도 사람이라 화나는 순간이 있고 참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테지만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그 순간에도 잃지 않는다면 분명 어떤 경우에든 좋은 답안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아이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