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골든보이, 랑랑 - 중국인으로 태어나 세계인이 된 천재 피아니스트 닮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wannabe series 3
랑랑.데이비드 리츠 지음, 문세원 옮김 / 위즈덤피플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연주곡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마음 또한 편안할까. 언제부턴가 그들의 마음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랑랑이 연주하는 헝가리언 랩소디 2번을 듣고 있노라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한 장면이 떠올려졌다. 빠른 손가락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그 음율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마법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연주곡은 귀를 열어 듣기 마련인데, 눈으로 보면서도 즐길 수 있는 연주를 그가 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읽으면서 그의 어린 날이 꼭 베토벤의 어린 날처럼 쓸쓸하고 고통스러웠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천재성과 집착. 아이에게서 그 어떤 천재성이 발견되면 부모는 그렇게 집착하게 되는 것일까. 최고도 최선도 아닌 행복하기만을 바래줄 수는 없는 것인지. 아직 부모가 되보지 않았기에 그들의 마음을 십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 어린 날의 랑랑과 마주칠 수 있었다면 그의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은 어떤 친구가 되어줄 수 있었을까.

 

그리 길지 않았던 그의 지난 성공담은 과히 달달하지만은 않았다. 하나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최선을 다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는 거다. 그의 삶이 건반 위에서 두들겨지며 우리에게 들려지는 순간 들려왔던 편안함들이 이 이야기 속 사연들과 겹쳐지며 열정도, 고통도, 집착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도 연주하면서 자신을 녹아내고 있진 않았을까.

 

세상에 음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예쁜 곡들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중국계 피아니스트인 랑랑이 들려주는 연주들은 때론 코믹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우아하게 들려와 내 삶을 채워주었는데......!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는 아니지만 그의 연주를 가끔 들으며 나는 늘 그가 궁금하긴 했었다.

 

그 궁금증을 이 한 권 속에서 풀어내며 나는 다시금 다른 궁금증을 품어본다. 성공하기까지 짧은 그의 인생을 책 한 권에 다 풀어내고, 연주 속에 다 녹여내고 그는 다음 책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될까. 이전과는 다른 그 어떤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무엇으로 채워줄까. 요요마에 관련된 책들을 읽거나 다른 클래식 연주인들의 이야기를 읽었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이야기들을 랑랑의 삶 속에서 읽어가면서 한 사람을 알게 되는 일이 그가 속한 세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기 이전의 그의 연주와 알고나서의 그의 연주는 같을지 모르지만 듣는 나의 귀는 좀 더 마음에 닿아 있을 것 같다. 이해하는 만큼 보고자 하는 세상이 열린다고 믿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 있기까지 그의 삶 또한 그를 단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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