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과 가면의 룰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나야 하는 사람에 따라 약속장소를 달리 잡는데 나는 내가 편한 장소로 약속을 잡는 편인 사람이다. 그래서 주로 만날 사람에게 소개했던 좋은 찻집이나 서점등을 이용하는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로 향해가다가 그 중간 즈음에서 [악과 가면의 룰]을 발견했다.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읽고 싶었던 강력한 매력을 발산하던 책.

 

메이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매번 월급날 마다 브랜드의 옷을 한아름 안고 나타나서는 "지나가는데 얘가 날 부르더라구. 사가~ 날 사가~"라고 말하던 친구를 당시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내가 그러고 있었다. 약속시간은 촉박하고 책은 재미있을 것 같아 넘겨보고 싶고. 세상에 유혹도 그런 유혹이 없어서 망설이다가 그날엔 정신을 강하게 다잡고 지나쳐갔으나 결국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최근 읽었던 가장 흉측(?)했던 소설인 [악의 교전]보다 인간적이길 기대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악"에 대한 근본적 이야기들을 하고자 했고 계속되는 악을 제거한다는 면에서는 고수와 강동원 주연의 영화와 참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사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데뷔이래 꾸준히 "악"이라는 소재를 추구해왔다는 작가에게 "악"이란 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살며 소중한 존재를 지켜나가는 순간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믿으며 살고 있는 내게 내 안의 최고 가치는 "선"이 아니고 세상도 아니고 신조차 아니라고 생각의 전환을 갖게 만든 이 책의 위력은 정말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쓰리],[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와 달리 내게 이 소설은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아버지를 죽이는 일은 분명 패륜인데,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악을 행하면서까지 그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방법은 잘못되었으나 그 시작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타인에 대한 마음이었기에 개츠비의 것과 비교되었고 가오리 라는 여인의 삶 또한 살펴보면 그다지 평탄하지 않아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재미있음으로 인해 페이지를 놓칠 수 없었고 결국 다 읽어내면서 나는 또 많은 질문들을 뒤로 남겨두어야했다. 과연 그래야만 했을까? 사람의 내면에는 과연 어디까지의 악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내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인생에 칼을 대도 좋을 것인가? 등등.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남겨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