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보다 그 속 글씨를 더 유심히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있다. 바로 수수한 감성으로 다가와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감성디자이너 공병각의 책들이다. 먼저 전작을 구매하며 받았던 스티커를 다이어리 여기저기 붙여 다녔더니 사람들의 문의가 장난이 아니었다. 동그란 스티커 속 글씨들이 그렇게 예뻐 보였나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사면 주는데 저자의 예쁜 글씨들을 책에서 더 구경할 수 있다고 권해주곤 했었다.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글 속이 아닌 겉 포장지인 글씨체에서도 나타낼 수 있구나 싶어져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는데 이번 책도 내용보다는 그 글씨구경이 재미나 "어머","어머" 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구경했다. [잘 지내니? 한때, 전부였던 사람]에 비해 공감도는 개인적으로 약간 아쉽움이 남도록 떨어졌지만 그래도 글씨를 구경하는 재미만큼은 쏠쏠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나왔다고 주변에 알려주고 있는 중이다. 그의 글씨에 매료되었던 지인들에게-. 소개팅이든 데이트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기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그 준비를 위한 내용을 담은 듯한 [사랑예습장] 속에서 시처럼 글처럼 낙서처럼 써내려진 메모 하나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내 사람이 될 것 같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흔들리고 있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난 너 아니면 안되는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넌 내가 아니어도 되는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내 힘으론 안되는구나 사랑의 시작부터 헤어짐의 과정까지 이렇게 간략하면서도 순차적으로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다니....얼마나 깔끔한 전개인지. 게다가 이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짧은 메모의 탄생이 놀랍기만 했다. 너무나 맘에 드는 메모라 친구에게 살짝 적어 보내면서 나는 오늘 주저리주저리, 덕지덕지, 깔끔하지 못한 글들을 또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반성을 해 본다. 세상 떠난 큰스님의 말씀처럼 글공해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후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