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권을 읽고나면 으례드는 생각이 "이 사람 이 소설 어떻게 완성했을까?"였다. 플룻이나 작품의 노하우가 궁금해진다기 보단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느꼈을 심리적 변화라든가 애초 맘 먹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싶어진다. 소설가의 소설 한 편과 더불어 그가 집필하는 과정을 담은 책도 출판되면 좋겠다 싶을 무렵 그 비스무리한 책이 한 권 출판 되었다고 해서 얼른 주문했다. [생각의 일요일들]은 스무살 무렵 정말 재미나게 읽었던 [새의 선물]의 작가 은희경의 산문집이다. 약간 비틀어바라보는 시각이 재미나고 특별해 그녀의 작품 읽기를 즐겨했었는데 단편이든 중,장편이든 무엇하나 재미가 빠지는 것이 없어 나는 자칭 그녀의 매니아 독자다. 그런 그녀가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냈다는데 안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은희경. 열 권의 소설책을 낸 소설가. 일 년 중 사흘 정도는 어른스러워지는 한 사람. 일주일 중 이틀만 "순결"한 작가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사람. 글을 쓰기 위해 자주 낯선 곳에 가고, 3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영화를 보고 3일이 있으면 여행계획을 짜는 사람. 그녀는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해 내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고 관심있게 보고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은희경과는 모습적으로 차이가 있어보였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 그대로가 좋은 작가, 은희경. 우리가 비슷한 감각으로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동시대인이라는 느낌 그것이 나를 쓰게 만듭니다 라는 그녀의 담백한 고백이 더 작가를 좋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산문집을 통해 그녀의 취향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시간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평소 자극받는 생각들을 알게 되었으며 일상을 늘어놓아 작가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게 만들어준 생각들이 담긴 은희경 작가의 [생각의 일요일들]은 마치 수필을 읽듯이 소소함으로 즐거움으로 읽혀져 나의 일상의 어느 한 구석에 자리잡았다. 누군가의 일상이 나의 일상을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신기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