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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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어쩌면....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바닥이 쑤욱 꺼져 건물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없어져도 더이상 놀랍지 않은 세상.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휩쓸리듯 사라지는 사건들. 뉴스에서 영화에서 보여주던 그 모습들이 잔상으로 머릿속에 남아있어 정말 몇번쯤은 이런 일이 일어난 듯한 착각이 인다.

 

싱크홀. 작가 이재익의 일곱번째 소설은 대재앙을 소재로 우리를 밀어넣고 있는데, 헐리웃 식이 아니라 다분히 한국식이다. 헐리웃 식이라면 처음부터 팡!하고 재앙이 일어난 후 이들을 구조해내는 과정에서 사연들이 소개되겠지만 영화 해운대가 쓰나미 이전의 사람들 모습과 사연을 담아낸 것처럼 싱크홀도 어느날 사라질 사람들의 사연을 담아가며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들어놓는다. 그리고 그들이 저 바닥 밑으로 사라졌을때 간절히 구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게 만드는 것! 작가는 이것까지 계산해두었던 것일까.

 

잠시 빌려살고 있는 지구에선 별별일이 다 생긴다. 저 위에서 바라보면 그 다양함에 얼마나 놀라게 될까. 깊이를 알 수 없는 직경 200미터짜리 구멍 속으로 지상 123층, 지하 7층의 시저스 타워가 사라졌다. 타워 속 사람들을 함께 삼켜버린 고층의 바벨탑 속 생존자 구조를 위해 히말라야 14좌 중 11개봉을 정복한 산악인 김혁과 양회장의 아들 동호가 내려간다. 그들이 구해내야할 사람들 속엔 가족과 막 사랑을 시작한 애인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목숨을 건 위험한 추락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외 아수라장이 된 거대 무덤 속엔 파렴치한도 연쇄강간살인범도 살아남아 또 다른 만행들을 자행하고 있었다.

 

타워를 삼킨 건 부실공사탓이 아니라 싱크홀 탓이라고 했다.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면서 땅이 꺼져버리는 현상으로 기반암의 지붕 전체가 갑자기 무너지는 스토핑의 경우라고 했다. 재해 속 구조는 착하게 살아온 순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구해지고 누군가는 남겨졌지만 세상은 삶과 죽음에서조차 공평하지 못하고 또 불필요한 사람들을 세상으로 올려보내며 세상을 이롭게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 점이 씁쓸함으로 남아 못내 아쉽다.

 

싱크홀은 기존에 읽어온 작가의 앞 작품들에 비해 쉽고 재미나고 스케일이 크다. 한 사람,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건으로 엮인 많은 사람들의 오늘을 다루기 때문이다. 대재앙을 다룬 소설이지만 죽어간다는 것이 아닌 살아간다는 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묘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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