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 위풍당당 양준혁이 머뭇거리는 청춘에게
양준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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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그맨의 외침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변하고 있다. 1박 2일에서는 명품조연 특집이후 "대세 김정태"의 새로운 발견이 있었고 무한도전에서는 1인자 뒤, "2인자"를 강조하는 박명수가 대세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이지만 모두가 어울리는 사회 속에서 1등보다 2인자, 3인자가 많은 것이 현실인 셈이다. 하지만 1등 외의 사람들이 주목받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래서 세상은 오래살면 살수록 살만한 세상이 되나보다. 

자신 역시 인생의 명품 조연이라 자처하는 전직 야구선수가 있다. 남자들의 자격으로 우리곁에 성큼다가온 양준혁 선수다. 그는 2인자로 살아온 삶을 회고하며 "좋았노라"고 고백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없는 형편에,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 굴욕도 겪었고 본인은 의리를 지켰지만 자신을 배신한 구단도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즐거웠다"고 추억하는 여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야구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어서 같은 도시에서 살고 있어도 나는 은퇴전까지 그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그를 알게 되면서 전직 야구선수였으며 꽤 유명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전직 삼성맨"이지만 혜택을 여전히 누리고 있다는 한 광고를 통해서 그의 얼굴과 목소리를 자세히 인식하게 된 사람 중 하나다. 

그랬기에 반대로 야구를 뺀 인간 양준혁에 더 호감을 느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모색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그는 여유롭다. 마음만 여유롭고 사실 그는 매우 바쁘게 산다. 밀려드는 강연에, 예능 나들이에, 야구해설에, 이젠 책까지. 책을 통해 고백하는 그의 비명은 그래서 "행복한 비명"처럼 들린다. 

"한방"을 기다리지 않고 "한 발" 더 뛴 사나이의 삶은 그래서 다큐멘터리 같은 진솔한 감동이 전해진다. 야구를 통해 얻은 인생의 몇가지 깨달음을 우리에게 털어놓으며 누구나 하는 실패 뒤의 다음 삶을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더이상 야구팬들만의 양준혁이 아닌 것이다. 32년의 야구인생 동안 하기 싫은 것을 참고 해냈던 90년대 타자는 그 당시엔 가장 빠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현재엔 가장 멀리 와 있는 사람이 되어 우리네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고,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에 강한 자로 기억될 사람이다. 

그리하여, 

"버텨라, 살아남아라. 그래야 강해질 기회를 얻는다"

라는 그의 충고는 직언이자 리얼토크로 우리의 가슴에 홈런된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평생 그렇게 살아왔는데요~"라는 구수한 말투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고 "사람은 늙었다고 생각할때 늙는다"라는 멋진 말도 서슴치 않으며 누구는 외워서 하는 말을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 해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놓는다. 

그는 더이상 2인자가 아니었다. 제 2의 양준혁은 있을지 몰라도 우리 앞에 양준혁은 하나며, 첫번째다. 최고의 대우를 받지 못해도 팀을 위하는 길을 택했던 그가 이젠 전혀 다른 멤버 속에서 팀웍을 다지며 주말마다 나타난다. 심방제동을 앓아 운동을 그만두라는 의사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더라면 인생이 얼마나 변했을지 그 열여섯의 소년은 감히 상상이나 해봤을까. 

12월 31일과 이듬해 1월 1일이 얼마나 차이가 납니까? 

라는 한 문장으로 공자, 맹자 같은 순간의 깨달음에 도달하게 만든 그의 촌철살인을 가슴에 새기며, 이런 사람이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새삼 알아가고 있다. 살아있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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