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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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콜드케이스]는 미해결 사건들을 재조사해서 죽은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따뜻한 드라마다. 호리호리하지만 강단있는 예쁜 금발머리 여형사가 등장하고 현실에서 과거로 넘어갈때 보여지는 흑백의 화면대비가 신선하게 느껴져 줄곧 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그 중 어느 회에서 인종문제를 다루었던 적이 있다. 가정부인 흑인과 함께 여성의 투표권에 대한 투쟁에 참여하러 갔다가 변사체로 발견되었던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의 우정이 다루어진 에피소드와 흑인과 사랑에 빠져 도망가려했으나 남자가 나타나지 않아 평생 가슴앓이하며 살았던 늙은 백인 여인의 에피소드, 또 흑인들에게 글을 가르치려했던 진보주의 백인 여성이 살해당했던 에피소드 속 이야기들은 지금 들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 투성이다.

지금이야 여성도 투표권이 있고, 피부색 때문에 결혼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며, 문맹인들에게 글을 가르친다고해서 생명을 위협받거나 하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때보다 진보했을까? 그 야만의 시대를 벗어난 것일까?

1960년대 초, 인구 20만명 정도가 살아가던 미국 미시시피 주 잭슨은 인종차별이 극심한 지역이었다. 피부색이 다른 가정부와 화장실을 함께 사용하지도 않았고 흑인 가정부가 자신들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을 때엔 목숨을 담보로 해야하던 시절이었다. 흑인과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면 엉덩이가 시커멓게 물들기라도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칼라퍼플 이나 톰아저씨의 오두막집을 보던 마음과 다를바 없는 마음으로 읽게 된 [헬프]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말았다. 특히 백인 여자 밑에서 일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을 읊어보면 기가찰 노릇인데, 주제 넘게 간섭하지 않는다/가정부는 주인의 변기에 앉은 걸 절대 들켜서는 안된다/맛볼때 다른 스푼을 사용한다/매일 같은 주방기구,그릇만 사용한다/반드시 부엌에서 먹을 것/주인집 자식들을 때리지 않는다/ 말대답 말 것 등등은 그들이 가정부가 아니라 노예임을 잊지 않게 만드는 고용규칙 같은 냄새를 풀풀 풍겨대고 있어 불쾌하게 느껴졌다.

당시 백인들은 이 모든 행위들을 당연시하며 사람 위에 사람을 두는 이상한 상식의 잣대를 휘두르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목화농장의 딸이던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의 삶에 주목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 시작은 분명 자신의 꿈을 위한 것이었으나 과정 중에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갖게 된 것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자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부분이라 읽는 순간 공명하게 만든다.

자신의 관점에서 타인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배려"라고 정의내린다면 작가 캐스린 스토킷은 분명 차가운 미국을 따뜻한 미국으로 인식시키는 시도를 한 좋은 작가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없듯 약자들이 세상을 바꿀 힘을 갖고 있진 않았다. 그러나 희망을 다음 세대에 전할 수는 있기에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존재해왔다.

스키터,아이빌린, 미니가 살던 세상에서 편리함적으로보자면 참 많이 변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야만의 시대를 벗어난 것일까? 라는 질문 앞에선 세상이 그리 많이 변하지 못했다고 답할 수 밖에 없다. 답답하지만 정답이니까. 그러나 예전에 비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유색의 유엔사무총장이 집무를 보고, 흑인 대통령이 미국을 대표하는 지금, 우리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보다 더 많은 용기로 불합리한 것들을 바꾸어나가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헬프]였다. 그래서 이 소설이 입소문을 타고 세상에 퍼져나가는 일 자체가 희망으로 읽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반갑고 또 고마운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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