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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고 싶은 날 -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유치원총연합회 선정도서, 학교 도서관 저널 추천 ㅣ 바람그림책 1
타쿠시 니시카타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1년 4월
평점 :
어린이 서평이벤트나 독서감상문대회에 종종 독서신문만들기가 포함되어 있을 때가 있다. 몇몇 대회에서 보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 몇몇이 모여 팀을 이루어 완성하도록 권하고 있는데, 니시카타 타쿠시가 알려주는 [일기 쓰는 날]로 연습이 되어 있다면 그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을 메모하는 좋은 습관을 강요가 아니라 놀이로 승화시켜 아이들에게 즐겁게 인식시켜 주는 일은 동화가 아니면 사실 권하기 어려운 일로 변질 되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
무엇이든 공부가 되면 딱딱하고 하기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일기도 그랬다. 어린시절 매일 써오라는 일기쓰기가 참 싫어서 해가지 않았던 날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노트에 "나는 게으릅니다"라고 큼지막하게 써주며 교실 뒤에 가서 서 있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못된 선생님이었는데, 이유조차 묻지 않으셔서 동심에 큰 상처가 되었다. 이해받지 못하는 세계를 접한 아홉살의 동심은 그렇게 한시간 내내 팔저림과 함께 각인되어 버렸고 "일기는 비밀인데, 선생님이 매일매일 보고 읽어주는게 싫었다."는 이유는 끝내 말하지 못하고 그 학년이 끝나버렸다. 사실 담임 선생님은 일기를 검사하다 몇몇 잘 된 표현들은 아이들 앞에서 읽어주곤 하셨는데 어린 마음에 일기가 모두에게 들려진다는 일은 큰 배신같이 느껴졌었던 것 같다.
그래서 참 쓰기 싫었던 일기가 이상하게도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쓰는 일기로 변질되어 버린 것은 그 재미를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더이상 검사받지 않아도 되고, 남에게 읽혀질까봐 조바심내게 되지 않으니 저절로 혼자 일상의 기분을 메모하듯 술술 적혀졌다. 때로는 일년에 한 권, 어떨때엔 이삼년에 한 권 꼴로 바뀌는 일기속엔 그림도 가득하고 글씨도 가득하고 니시카타 타쿠시의 방법처럼 추억이 묻혀진 명함이나 사진, 스티커, 여행지에서 발급받은 표 들이 덕지덕지 붙여져 있기도 하다.
어른이지만 일기쓰는 일이 이토록 재미있어 조카들에게 늘상 다이어리를 쓰고 일기쓰기를 멈추지 말라고 말하는데 아마 "이거 해라!"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책에서와 같이 또박이 삼촌인 강아지가 별이와 달이에게 알려주듯 박물관 나들이 다녀와서 메모정리하는 법, 그림 그리는 법,돌이나 도토리도 예쁘게 꾸며서 간직하는 법등을 그림으로 알려준다면 "해라"는 이모의 말보다 더 효과가 좋을 것 같아 늦은 어린이날 선물로 보내려 한다.
나들이 일기책은 만들기 너무나 쉽다. 형식도 없고 분량제한도 없다. 다만 추억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지는 마음과 그것을 붙들 손만 있으면 된다. 그때의 나를 만나는 일은 이토록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