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 평범한 이웃들의 웃음+눈물+감사한 인생이야기
박은기 외 32인 지음 / 수선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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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학교 수선재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중 한 이야기가 가장 뚜렷하게 기억속에 자리잡는다. 33편의 꽤 많은 굴곡진 사연들이 소개되지만 정작 한 이야기 앞에서 모든 이야기가 멈추어졌다. 같은 영화를 봐도 나에게 감동을 전달하고 인상 깊은 대목이 사람마다 다 다른 것처럼 내겐 이 이야기가 가장 소중하게 와 닿았나보다. 

가방 끈이 길어 배움이 길었고 이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다보니 이 또한 배움이라 배움의 연장선이 길어 평생이 배움의 길에서 헤어날 줄을 모른다는 그녀는 이제서야 자신의 일이 얼마나 귀한 소임임을 깨달아 가는 중이라고 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이전엔 미처 몰랐던 사회의 이면을 아이들을 통해 알게 되면서 존재의 귀중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가난 탓에 영양 부족으로 시력손상을 입은 아이, 새 엄마에게 항문을 불로 지져진 아이, 아빠가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진 아이, 다섯 손가락이 없어 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디던 아이에 이르기까지 10여년의 세월동안 자신을 스쳐지나간 아이들을 대하면서 처음에는 이해를 못해 짜증과 화남으로, 사연을 알고 난 뒤엔 미안함과 안타까움과 애잔함으로 보살피게 되었다는 그녀의 사연.

그러고 보면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가져야하는 특별한 사명감 뿐만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배려해야한다는 자체가 누군가에 대해 알지 못하면 쉽게 이행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멀티플랙스가 도입되기 이전, 극장의 매표소가 고객과 막으로 단절되어 있을 때 매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가 목격한 광경이 있다. 마이크를 통해 전해지던 직원의 짜증스러움이 줄 저 뒷편에 서있던 내게까지 쩌렁쩌렁하게 전해져 동행에게 줄을 부탁하고 잠시 앞으로 이동했더니 매표구 유리틈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고 손짓을 하고 있는 한 가족이 보였다. 직원은 계속 "손짓하지 말고 말을 하시라구요. 몇시표 몇장요?"라며 하이톤으로 짜증을 내고 있었고 보아하니 가족은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인듯 싶었다. 나서려는 찰라 나보다 앞선 누군가가 메모지와 볼펜을 꺼내 건네고 그제서야 매표구 앞은 조용해졌다. 배려없던 직원의 짜증스러움에만 기분이 상했을 뿐, 누구하나도 그 긴 줄에 서 있으면서 가족을 탓하진 못했다. 

살다보면, 참 불친절한 세상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불친절한 세상에서 오아시스처럼 발견되는 배려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다. 그래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메모지와 볼펜을 건네던 누군가의 친절처럼 초등학교 교사의 고백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어른들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한다. 최초로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할 집단인 가족안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그녀와 함께 나누게 되면서 평범한 이웃들의 감사한 인생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고 눈물이 되고 때론 웃음이 되었다.

지나고보면 고맙지 않은 인생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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