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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리사의 가족 - 천천히, 느리게…핀란드에서 온 가족이 전하는 조화로운 삶
홍성환 엮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다큐멘터리를 통해 안나리사의 가족을 본 것은 두번째였다. 처음에는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의 신기한 눈길로, 두번째엔 "아, 저 가족!!"이라는 반가운 눈길로 그들의 하루하루를 시청했다. 다만 핀란드에서 온 도자기 인형같은 여인과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온 한국인 남편의 나이차이가 10여년이 훨씬 넘는다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대차이, 나이차이, 문화적 차이보다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가도 우리처럼 행복한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조바심을 덜어내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달랐다. 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고 존중했으며 배려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천천히, 느리게 살면서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여느 도시인들의 삶과는 참 차별화 되어 있다. 일등을 위해 달려가는 것도 아니요, 더 많이 가지고 더 부유하게 살기 위해 오늘의 시간을 저당잡히지도 않았다. 자연과 벗삼아 살아있는 것들과 함께 하는 건강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흔히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를 떠날 수 없다라고 변명하는 사람들에게 어린 두 딸을 교육하는 부부의 삶은 머리숙이게 만든다. 나누는 삶,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체험하게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행복의 마음을 가득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살아있다면 타샤튜더도 이 가족을 만나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삶이 교훈적일 수만은 없는 것처럼, [안나리사의 가족]은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에서처럼 한국문화나 한국말이 서툴러 더 재미나게 느껴지는 에피소드들도 싣고 있는데 그 중 "김치가 많이 마려웠어요~"라는 말과 "사이다를 매운물"이라고 한 표현이 특히나 재미있었다. 익숙해서 다른 말을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그들은 문화의 특징을 잡아내면서도 다른 독특한 표현으로 우리 문화의 사랑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헬싱키에서 만난 수흐무라 아가씨 안나리사는 12명 중 3째여서 딸인 사가와 사라는 막내 이모와 겨우 2살밖에 차이지지 않았다. 마치 우리의 대가족 사회 속에서 자라난 혜택을 받은 여인처럼 안나리사는 화합을 도모하고 바느질을 즐기며 요리를 곧잘해냈다. 그래선지 노랑머리의 하얀 얼굴인 그녀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던 것일까.
우리 문화를 사랑해주는 그녀로 인해 반대로 그녀가 날아온 세상의 문화도 많이 궁금해졌는데 책엔 그 궁금증을 해소할만큼의 이야기들이 충분히 실리지 않아 약간 아쉬웠다. 핀란드라고 하면 좋아하는 캐릭터, 무민의 나라 라고 밖에 알지 못하는 내게 안나리사는 또 다른 좋은 느낌을 실어주었으니까.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 가족이 언제까지나 한국에 살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 같았다. 남편도 아내도 정착하는 삶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 같이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다음에 소식을 전해올 때엔 멀리 다른 나라에서 이 가족이 행복한 소석을 전해올 것만 같다. 어쨌든 남들과 다른 속도로 살아가도 행복한 그들의 행복을 살짝 페이지를 넘기던 나의 손끝에도 묻혀둔다. 깔깔거리며 행복해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