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선인장 - 사랑에 빠졌을 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
원태연.아메바피쉬.이철원 지음 / 시루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생선을 제일 좋아하고 지붕 위에서 낮잠자는 걸 좋아하는 검은 고양이는 이름이 없었다. 불러줄 누군가가 없기에 필요도 없었고 누구도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꼭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런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준 이는 2층에 살고 있는 선인장이었다. 

길고양이가 담을 타고 지붕을 넘나들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선인장. 
아픈 철수를 위한 선물이었으나 철수가 죽고난뒤엔 어느 작가의 방에 분양와 가뭄에 콩나듯 커피 몇방울, 맥주 몇방울이 부어지며 살아내고 있었다. 하루종일 심심한 선인장에게 고양이는 참 반가운 손님이었다. 

거만하고 제가 오고 싶을 때만 와서 기다리게 만들었지만 선인장 "땡큐"는 고양이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런 땡큐가 선인장에게 무심코 던진 단어인 "외로워"가 고양이의 이름이 되어버린지도 모른채. 외로워와 땡큐가 점점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책상 위의 비누 "쓸쓸이"까지. 

사람들이 중심이 되지 않은 세상에선 선인장과 고양이와 비누가 서로의 이야기를 해나가고 있었다. 버려진 이 셋의 소통은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만드는데, 사랑에 서툰 모든 이들에게 시작의 용기를 주는 동화가 바로 원태연 시인의 [고양이와 선인장]이었다. 

사랑에 빠졌을 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고 했던가. 결국 대박작가가 된 남자가 땡큐를 버리고 그런 땡큐를 찾아 쓰레기더미를 뒤져 꼬옥 껴안아주는 외로워의 마지막은 그래서 애잔하다. 눈물이 대롱대롱 속눈썹에 맺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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