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물고기, 고양이

나란히, 물고기, 고양이
조앤 그랜트 지음, 조경란 옮김, 닐 커티스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고양이이기보다는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와 맘 좋아보이는 커다란 물고기 한마리. 그들의 우정은 종을 초월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던 것이기에 "기적"이라 부르고 싶어진다. 간혹 "세상에 이런 일이"나 "동물농장"을 통해 천적인 것 같은 동물들이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보여지긴 했지만 동화 속에서 이토록 깜찍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자니 편견이란 정말이지 인간만 가지고 있는 생각묶음이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되기도 했다. 

동화의 좋은 점은 짧고 예쁘고 남겨지는 것들이 가슴 속을 파고든다는 점인데, 조앤 그랜트의 [나란히, 물고기, 고양이]는 제목도 심플하고 내용도 심플하지만 예쁜 그림과 그 교훈이 주는 감동은 정말 진했다. 

물고기와 고양이는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바다가 그리워진 물고기를 따라 고양이는 물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결국 둘의 절충지역을 찾아 살게 됨으로써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닌 함께 어울려 살아갈 현명한 방도를 찾아낸다. 먹고 먹히는 생존의 세상도 아니요, 너를 밟고 올라서는 경쟁구도의 세상도 아닌 공생법을 찾아낸 두 똑똑한 녀석들이 아이들에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바른 것, 교훈적인 것을 주입식으로 옳다며 가르치기 보단 이렇듯 아이들이 스스로 옳은 것들을 찾아가도록 방향만 잡아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어른이지만 갖고 싶을만큼 예쁜 그림의 동화책은 고양이가 나왔던 그 어떤 동화보다 자주 들춰보게 만드는 마법을 부려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