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음양사는 언제나 에도 시대에 대한 향수를 전하며 읽는 내내 그 시대를 살게 했다. 인간과 귀신이 공존하던 시대. 마치 반도 마사코의 사국의 이상향처럼 그려진 그 시대에 멋진 음양사 세이메이가 있었다. 한 인간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부활시켰던 작가 유메마쿠라 바쿠의 다음작이 시대물이 아니라 모험물이라 의아했지만 결국 그 작품의 힘을 믿고 선택하여 읽게 된 소설이 [신들의 봉우리]였다. 

제 11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 제 16회 일본 모험소설협회 대상 수상!작인 신들의 봉우리는 미스터리의 열쇠가 담긴 카메라를 한 사진기자가 손에 넣으면서 밝혀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에 올랐던 것일까? 

에베레스트 산 등반은 몇 번째인가 할 것 없이 화제가 되는 일이다. 산이 있어 거기 올랐을 뿐이라는 산악인보다 감히 오를 꿈조차 꿔볼일 없는 일반인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까닭은 역시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오르기 힘든 산이며 목숨을 걸고 올라야 할 그 산을 최초로 오른 사람을 밝혀내는 일이라니.....당연히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1942년 조지 맬러리가 과연 최초의 인물일까? 라는 궁금증을 뒤집을만한 사건을 기대하며 읽어나갈 소설은 생각보다 참 두껍다. 

한 남자의 흔적을 따라 오르는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작가는 직접 히말라야에 올랐고 삼장법사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고 한다. 그 느낌을 리얼로 담기 위한 작가의 투혼과 실감나는 이야기들은 그렇게 쓰여졌던 것이다. 상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읽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구상부터 집필완료까지 20년을 보내는 동안 그는 400자 원고지 1700매를 메우면서 참 짧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읽는 우리에겐 긴 이야기가 쓰는 작가에겐 쏟아부은 나날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그 산에도 인간이 있었음을, 인간이 올랐음을, 인간이 꿈꿨음을 깨닫게 만든 작가의 중편소설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만들기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고 전진하는 모습을 자연이 굽어살펴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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