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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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작가의 8개의 단편을 읽던 중 나는 어디선가 읽었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연재되던 것들이었나? 다른 단편집에 수록된 것들이었나? 단순한 착각일까? 분명 동일 서적을 읽은 적은 없었으나 단편단편을 읽어나갈때 마다 그 뒷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으로보아 분명 나는 어디서 이 글들을 읽은 적이 있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특히 저녁의 구애는 정말 어딘가에서 읽은 바가 있는 작품으로 아마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아 엮은 책 속에서 그녀의 단편을 읽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고 있다. 왜냐하면 참 짧고도 독특한 글이라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화환을 배달하던 남자는 아직 죽지 않은 환자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여자와 만나기로 했는데 환자가 죽지 않아 화환을 배달완료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환자의 죽음을 기다리며 여자와 통화하는 남자. 우리가 익힌 도덕적 잣대에 의하면 남자의 마음가짐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이 마음이 과연 100% 그르다고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꼬리표를 달게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p.58 그분이 빨리 돌아가시길 빌게요.
p. 40 누구나 이기적이므로 누구에게든 이기적이라고 비난어떤 경우에도 타당하지 못하다

라는 문장문장들이 어쩌면 그들의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답인 것만 같아 틀렸다 라고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또 다른 단편인 토끼의 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파견 근무 동안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공원에서 쉽게 데려와 버릴 때도 죄책감 없이 쉽게 버리던 남자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불규칙하게 사료를 주고, 사랑하는 마음조차 주지 않고 그저 이용만 하고 버리는 행위는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상처를 남긴다. 상대의 상처를 보지 않으려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행위야 말로 가장 못된 범죄가 아닐까 싶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저 도덕적 잣대로 잘못되었다고 질탄할 수 있을 밖에. 

p.34 세상에 널린 게 버려진 애완동물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바램을 갖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나머지 단편들도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읽혀졌는데 그들 모두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묘하게 어딘지 모르게 뭐를 잘못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까지 어쩌진 못하겠지만 묘하게 비틀려 있는 그 각도가 질타하기엔 모자라고 그냥 두기엔 넘치는 정도여서 작가의 계산이 참 적절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 감탄이 절로 새어나왔다. 저녁의 구애는 꽤 얇은 책이다. 그러나 담긴 내용들은 단 한 편도 생각없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붙잡고 또 붙잡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참 많은 잣대를 들이대며 옳은가와 그른가의 사이를 오르락 내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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