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빅터

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인간은 살면서 인생에서 적어도 세번의 기회와 마주친다고 한다. 바보라 불리던 빅터에게도 세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사람의 형태로.

그에게 첫번째 기회는 레이첼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비록 빅터의 담임은 아니었지만 그를 인정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사람이었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레이첼 선생님 한 사람의 응원이 부족해서였을까. 빅터는 바보라는 놀림과 담임 선생님의 무시를 견디지 못하고 15세에 학교를 중퇴해야했다. "바보"라는 이유로 선생님이 제자의 자퇴를 종용하다니 지구끝까지라도 쫓아가 그런 선생님을 교단에서 물리치고 싶어지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그는 IQ 173의 빅터를 73의 저능아로 만들어버렸고 세월이 흘러 좋은 회사에 입사했을때도 동창의 악의적인 루머의 소재가 되어 빅터를 다시금 좌절하게 만들었다.

첫번째 기회를 놓친 빅터에게 두번째 기회는 테일러회장이었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퇴진당했다가 다시 구원 투수가 되어 돌아온 그가 연봉 1달러를 요구하는 장면에서 누구나 떠올려지는 한 사람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 획기적이면서 아이디어를 중요시했던 테일러 회장은 잡스를 모델로 탄생된 사람이라는 것이 눈에 띄게 보여지는 가운데 이 괴짜 회장은 101번 도로 광고판에 수학문제를 적어놓아 빅터를 특별채용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늘 빅터의 아이디어를 높이 샀지만 그의 퇴진과 더불어 빅터의 호기도 막을 내리고 결국 빅터는 다시 바보의 길로 들어섰다. 오랜 기간 동안.

그리고 세 번째 기회는 자신과 거울처럼 닮은 영혼을 가진 동창 로라였다.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둘은 어린 시절부터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인생을 허비하다 40이 넘어 각자의 성공을 거두고 나서야 서로가 영혼의 짝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행복졌을 것이다.

[마시멜로 이야기]로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호아킴 데 포사다는 편안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가진 작가였다. 설명이나 설득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인데, 이번 [바보 빅터]에서는 자기 자신을 믿었을때 발휘되는 특별한 힘의 중요성을 각성하게 만들고 있다.

멘사의 회장이 될만큼 천재였지만 17년간이나 바보로 살았던 빅터와 아주 아름다웠지만 평생 못난이로 믿으며 살아온 로라를 통해 에머슨이 말한 제 1법칙인 "자기 믿음"이 삶을 얼마나 다르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기회인지 알게 한다.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현실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는 독자가 있는 반면,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지나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전자인 독자인 채로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게 된 나는 책 속에 등장했던 월트 디즈니의 이야기나 강철왕 카네기에 대한 에피소드들 보다 로라와 빅터의 이야기가 더 가슴 가까이 와 닿았다.

P.139  사람들이 포기하는 이유는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나의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으로 살게 되는 순간 나는 이미 포기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남들의 이목에서 편해지기는 하겠지만 내면의 내 목소리로부터 편해질 수는 없는 그 어리석은 선택을 쉽다는 이유로 다시는 하지 않기로 내 마음 속 '바보빅터'와 약속하면서, 교훈을 주는 책이 이토록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작가에게 고마움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졌다.

다음에는 또 어떤 주제로 우리를 찾아오게 될지 모르지만 호아킴 데 포사다의 모든 책을 소중히 여기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