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도
윤영수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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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순할 순자가 들어가서 일까? 순할 순자 외엔 떠올려지지 않는 사나이 순봉은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답답하다. 사람이 너무 착해도 주변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나는 그로 인해 알게 되었다. 

착한 사람들이 좋아 착한사람들만 가득한 세상이면 좋겠다 라는 노랫말을 좋아하지만 세상에 순봉 같은 사람만 널려 있다면 얼마나 속 답답하겠는가. 현대 사회에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나를 지킬 힘을 가진 자가 진정 착한 사람임을 그가 알았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텐데 말이다.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은 어느날 집 안으로 쳐들어와 대장질을 하는 남자를 찍소리 못하고 떠받들며 맞아주며 받쳐가며 사는 순봉네 가족 이야기다. 순봉 그는 누구인가. 가구 배달업체에서 일하지만 공장장에게 백 삼십만원을 월급으로 건네 받은 적도 없고 같이 일하는 김과장에겐 평소보다 5만원 더 많은 25만원씩 뜯기게 된 사람이다. 

전과자에, 살고 있는 집 명의도 빼앗기고 목돈 빼앗기고 구타당하고 10살짜리 딸내미는 성폭행 당하는 순간에도 찍소리 못하는 힘없는 가장인 그에게 세상은 너무나 고달픈 곳이다. 그래서 맘 속으로 언제나 어머니께 안부편지를 띄우면서도 그는 언제나 자신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먼저다. 그만큼 당하고도 여전히 식객 기천웅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이 정도 되면 속 답답하다 못해 천불이 날법한데 아내도 아이들도 아버지 순봉에게 뭐라 말하지 못한다. 이쯤되면 단체로 답답한 가족인 셈이다. 그래서 열린 문을 틈타 이렇게 못된 사람이 집에 스며들었나보다. 게다가 가족이고 동료고 할 것 없이 그를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버글버글했으며 그를 돕겠다고 자처한 pd조차 나몰라라 하는 실정이니 사회 전반이 이 가족을 버린 셈이 된다. 

읽으면서 몇 번을 가슴쳤을까. 한국일보 문학상에 남촌문학상, 만해 문학상까지 휩쓴 윤영수 작가의 글은 처음 접하지만 첫작품부터 강렬했다. 인생이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태어나고 싶지 않을만큼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의 글처럼 세상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순봉들이 제발 이 글을 읽고 세상살이의 영악함을 깨쳐갔으면 싶어졌다. 

도시철도 999, 아직은 밤 을 포함해 총 6편이 실려 있지만 가장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웠던 이야기 한 편이 기억에 오롯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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