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연애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스타일]의 백영옥 작가의 단편 모음집인 [아주 보통의 연애]엔 많은 단편들이 실려 있다. 청첩장 살인사건, 강묘희 미용실, 고양이 샨티, 육백만원의 사나이, 가족 드라마 등등...제마다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그들의 비밀스런 고백들을 우리와 공유하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지만 그 중 나는 제목으로 발췌된 [아주 보통의 연애]를 가장 재미나게 읽었다. 

모나거나 날카롭거나 얄밉지 않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에게서 치유의 효과만 싹 빼버린 편안함을 가진 소설이랄까. 그녀의 소설이 내게 주는 느낌은 그러했다. 

일기를 쓰지 않는 대신 좋아하는 남자의 일상을 복사하는 특별한 자신만의 짝사랑법을 발견해낸 한아는 하나로 불리는 경리계 사원이다. 아무도 그녀가 그를 좋아하는지 모른 채 2004년 12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서른 두살 남자, 정우의 영수증노트를 서른 두 권째 만들어놓았지만 결국 꼬리가 길어 엄마에게 들키고 말았다. 

김한아의 엄마 김하진은 연애의 여왕이며 "고스트 라이터"로 불리는 것을 선호하는 대필작가이자 아버지가 누군지 딸들 조차 모르게 낳은 미혼가장이다. 성인인 딸과는 꽤 터울지게 여섯살 된 둘째딸 김둘을 낳은 그녀의 세상살이는 거침없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닮지 못한 수줍은 딸, 한아는 영수증과 사랑에 빠진 삶의 주인공이고......

사실 영수증을 가져온 주인공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있지만 그 남자는 한아가 알고 있는 양다리 여자와 얼마전 이별했다. 그 여자와 사귀는 남자 역시 양다리이긴 마찬가지였지만 한아는 비밀에 부친다. 영수증을 정산하는 그녀가 업무상 회사내 돌아가는 비밀을 가장 잘 알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 말처럼 영수증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그녀는 오늘도 영수증과 씨름하며 사내 비밀들을 귀 저편으로 밀어놓고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청첩장 살인사건이나 강묘희 미용실, 고양이 샨티 등등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들이 수두룩하지만 아주 보통의 연애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까닭은 바로 너무 평범해 스치고 지나쳐 버리는 우리의 눈길을 특별히 사로잡은 한아의 행동에 있었다. 일상에서는 표시도 잘 안날 캐릭터인 그녀가 책 속에서는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맘에 드는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이 주는 특별함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