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걸 선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3
수잔 보트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19살. 대학새내기의 꿈에 부풀어 새 옷을 사러다니던 시절, 울먹울먹거리는 친구를 위해 한 유명 브랜드 샵에 클레임을 제기하러 간 적이 있다. 키만 컸지 아직 아기같았던 친구는 창밖으로 보이는 예쁜 옷을 구경하러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문 앞에서 점원의 제지로 단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게다가 시내 한 복판, 유리문 밖에 서서 오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점원이 던지는 충격적인 말로 창피란 창피는 다 당한 모양이었다. 

단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너한테 맞는 옷은 없으니 아예 들어올 생각도 하지마라 였는데 집에 가서 거울 좀 보고 살라는 둥 뚱뚱한 애들은 부모님이 마구 방치한 학대였다는 둥...너무나 충격적이라 이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며 줄줄 울던 친구를 앞세워 "의리"로 뭉친(?) 여고생 둘이 그 샵으로 쳐들어 갔다. 

조목조목 따져대는 두 명의 여고생들을 어이없이 쳐다보던 점원들은 불친절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곧 그 친구가 부모님을 데려오자 사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점원들이 알리가 없었다. 아동학대 운운했던 그녀의 부모님이 변호사였다는 사실을. 결국 크게 난리가 나고 사과가 오가고 했지만 친구는 입학전까지 석달동안 종적을 감추었다. 단식원에서 석달만에 나온 그 아이는 정말 갈비씨가 되어 있었는데, 자신감은 만땅이 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되레 씁쓸해졌다. 

친구의 맘 속 상처가 자신감으로 회복된 것 같아 보이지 않아서였다. 물론 자신을 가꾸며 사는 여성은 부지런하고 바람직하며 아름다운 여성이다. 하지만 겉모습만 슬림해졌다면 좋았을 것을. 푸짐했던 마음 씀씀이 마저 다이어트가 되어 버려 예전에 푸근했던 친구는 온데간데 없어진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 [팻걸선언]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면 어쩌나 하고 우려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비만 여고생 제이미가 날씬녀가 되기 보다는 자신답게 사는 법을 택해가는 모습에서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나는 뚱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외치는 제이미. 보통의 통통과 뚱뚱을 넘어 비만 전문 의사조차 불친절한 상담을 진행해야할만큼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팻걸인 것을 당당하게 외치며 살아가고 있었다. 

단점을 장점화 할 것~!! 영리한 제이미는 팻걸들의 마음을 대변한 연재기사를 작성하며 그녀를 지지하는 친구들과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소녀였다. 대학 입학을 두고 세운 올해의 목표 세가지는,  팻걸 연재기사를 꾸준히 작성하는 것과 노스웨스턴 대학 입학허가서를 받는 것,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전까지 해야할 일들을 후딱 해치우는 거다. 결과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것. 그것이 건전한 발상이며 삶의 방식이라 제이미를 응원하게 만들고 있다. 

전국 언론상에서 미끌어졌지만 항의하고 재도전하는 제이미, 뚱뚱한 외모를 탈피하기 위해 위절제수술을 받은 남자친구 버크와 헤어지고 자신의 지지하는 히스를 택한 제이미. 그녀는 뚱뚱하다고 해서 못해낼 것이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돌파해내며 우리에게 "과연 이래도 뚱뚱하다고 해서 주저 앉아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내 친구의 일화처럼 그녀 역시 잠입 취재시 옷집에서의 불친절을 경험하고 칼럼에 연재했다. 세상은 여전히 불친절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지만 그녀는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절대 움츠러들지 않았다. 이런 삶의 방식이 오프라 북클럽의 추천도서로 올라서게 만든 것일까. 

"신경 쓰지 마. 난 내 힘으로 잘해낼 수 있어."라고 답변하던 제이미. 세상에 제이미 같은 소녀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획일화된 몸매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거나 좀 더 마르기 위해 거식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줄어들지도 모르는데......!!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것과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를 분명하게 잘 보여준 제이미의 용기를 우리네 청소년들도 갖고 있으리라 믿어보면서 조카에게 소설을 권해볼까 싶어졌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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