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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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트 무이아르트의 [1월0일]을 읽으면서 나는 한참 가슴앓이를 해야했다. 그 무겁고 어둡고 아픈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는데 몇날며칠이 걸려버렸다. 벨기에 태생의 작가는 눈오는 흐린 날 같은 동화를 던져주며 "그러는 너는 어떤 어른이냐?"라고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동심을 해치고 아이들을 폭력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무자비함에 화가났었다. 스웨덴의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렛미인]은 [1월 0일]의 두 꼬맹이에 비해 더 무심한 시선 속에 살고 있는 두 아이를 비추고 있다.

오스카르는 이혼한 양쪽의 부모에게서도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 채, 학교에서 집단 왕따에 구타를 당하지만 학우들도 선생님들도 이 아이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늘 그는 상상 속에서 친구들을 살해하는 꿈만 꾼다. 종국엔 십대 청소년들이 학교에 난입해 오스카르의 생명을 위협하고 그 순간 구원은 어른이 아닌 옆집소녀로부터 받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뼈아프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옆집 소녀 엘리 또한 외롭고 슬픈 존재다. 열두 살의 나이로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뱀파이어인 그녀는 처음엔 소년이었다고 했다. 엘리를 통해 숙주들은 외로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만 정작 엘리는 누가 곁에 있어도 쓸쓸하고 외롭다.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운명을 저주하던 중 자신과 닮은 소년 오스카르를 발견하게 된다. 운명. 그들은 그렇게 엮여져 갔다.

[트와일라잇]이나 [뱀파이어 다이어리]처럼 달콤한 뱀파이어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이 이토록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나버렸다. [렛미인]은 인간의 외로움을 한층 더 배가시켜 극한의 외로움을 경험하게 만들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끊임없이 구원을 갈구하게 만드는 묘한 소설이었다. 어둠과 눈, 추위가 어우러져 무척이나 잘 조합된 배경을 떠올리게 만든 [렛미인]. 원작을 읽었으니 두 편의 영화도 찾아봐야겠다. 원작과 사뭇 다른 느낌을 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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