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체 (양장) -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합체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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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 불렀다

앞으로 계속 반복될 이 문장이 처음엔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 떠올려져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지만 차츰 형제의 컴플렉스가 드러나는 문장임을 깨닫게 되었다. 타고난 쇼쟁이로 소개되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라기보다 아버지처럼 살다 죽을까봐 겁내는 사춘기 청소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난쟁이인 아버지는 하늘로 많은 공을 쏘아올리는 쇼쟁이가 될 수 밖에 없었는데 결국 그는 그 작은 키가 원인이 됭 차에 치여죽었다. "실수로~"라는 변명이 아닌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았다"가 사고사의 원인이 되는 슬픔을 뒤로한채.

좋아하는 여학생보다 키가 작고 줄곳 소수점까지도 똑같았던 쌍둥이 형보다도 작아진 "체"는 똥줄타게 마음이 급해졌다. 성장판이 이대로 멈추어버리면 아버지처럼 살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치매걸린 노인으로 판명난 약수도사, 계도사의 말까지도 철썩같이 믿고 싶어졌고 종국엔 형을 꾀어 계룡산 동굴에서 33일 버티기에 돌입했다.

곰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 이미 사람인 그들의 동물생활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인의 정체와 함께 무너져 버렸고 키가 클 수 있는 비기가 사기였다는 사실에 실망한 그들의 키는 방학이 끝나도 똑같았다.

하지만 심신수련을 거친 그들의 일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는데, 키 때문에 지레 포기했던 일들을 포기하지 않았더니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농구시합 득점 같은.

그리고 자신들도 깨닫지 못한 사이, 키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옷길이가 짧아진 것으로 표시를 팍팍내주면서.

사실 성장소설이 너무 교훈적이면 재미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한 성장소설에 일탈과 약탈만 일삼아 그들의 성장 자양분에 방부제를 뿌려댈 수도 없는 일이다.그래서 그 적당한 선에서의 수위 조절이 필요한데, 그 강도가 아주 잘 조절된 소설이 합★체였다.

제목이 딱 그들을 대변하듯 보여주며 타인이 모르는 나만의 고민들을 책읽는 모두와 함께 나누며 공감을 이끌어낸 합★체형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난쏘공은 슬프게 끝을 맺었지만 합★체는 유쾌하게 끝맺음으로써 우리에게 오늘을 열심히 살아냈을때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기적의 힘을 믿게 만든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점을 책 속에서 발견해 내었으면 좋겠다. 보물찾기는 소풍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책읽기 속에서도 찾아낼 수 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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