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건축 진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건축에는 시간이 담깁니다'

근래 들었던 그 어떤 카피보다 가슴을 울리는 문장이다. 건축에 시간이 담기다니. 건축을 두고 이보다 더 시적인 표현을 찾아볼 수 있을까. 건물은 그저 사람들이 필요해 의해 짓고 살아가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람이 담기는 그 공간에 시간도 담겨 있음을 이 멋진 문장으로 깨우치게 되었다. 

책은 제목까지 예뻐서 [나무처럼 자라는 집]이라는 이름으로 두번째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나무를 이용해 지은 집이 어째서 나무처럼 자란다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일까. 아마 건축가의 바램이 담겨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시간이 담기고 예쁜 이름이 붙여진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세번째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다. 바로 그림~!! 건축 서적의 대부분이 사진인데 비해 이 책은 예쁜 수채화로 그려진 집들 투성이다. 간혹 몇몇 컷에 사진이 붙여져 있긴 하지만 그외에는 모두가 다 그림 일색이다. 그래서 더 자연친화적으로 보이고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책은 같은 전공에,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건축가 부부가 만들었다. 

p.47 건축은 향기로워집니다 / 건축에는 시간이 담깁니다

2001년 시작했다는 책이 엮이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흘렀다. 2011년이 되어서야 출판되었으니.시간이 건축을 만들듯 고심한 시간만큼이나 아름다워진 내용이 우리를 사로잡는 까닭도 그 숙성에 있을 것이다. 인곡리 신선생댁, 통의동 옛집, 병산서원,송광사등등 앞으로 우리가 건축물을 바라볼때 어떤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좋은지 감탄 포인트를 집어주면서도 자신들이 갖게 된 전문가적 개념과 신념들도 함께 동조하게 만든다. 

부끄럽게도 양동마을을 몇해전 다녀왔지만 사진만 찍다왔을 뿐 심수정의 아름다움을 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저자가 조목조목 집어준 대로의 아름다움을 찾아 다시 한번 다녀올까 싶다. 이처럼 알고 보는 이에겐 보이는 것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이에겐 별다른 감동을 남기지 못할 때가 있다. 누군가가 알려주었더라면 그 아름다움을 눈여겨 볼 수 있었을텐데......뒤늦게라도 알게 되었으니 소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치러 다녀와야겠다. 이런 깨우침은 정말이지 고마운 깨우침이 아닐 수 없다. 

예전과 달리 추위와 더위나 막아주는 기능을 떠나 편리하면서도 아름다움과 개성을 함께 지녀야 하기에 요즘의 집들은 고민들이 많을 것만 같다. 의인화 할 수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다. 사실 오랜 시간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니 주택에서의 생활은 약간 무서움이 일기도 한다. 도둑의 침입이 더 쉽지 않을까. 잡상인이 더 자주 들락거리지 않을까. 넓은 공간에 난방은 잘 되나? 벌레는? 등등의 괜한 걱정들로 주택에서 살 기회를 만들지 않아왔던 일이 책을 구경하면서 참 많이 후회되기도 했다. 

아파트가 주지 못한 삶의 넉넉함과 고즈넉한 어우러짐은 주택에서 살면서 맛볼 수도 있었을텐데, 나의 편협한 생각이 선택의 기회조차 박탈해버렸던 것이다. 이젠 기회가 된다면 주택의 삶을 한 번 꿈꿔보고 싶다. 내 손으로 직접 집짓기에 참여하면서 내 필요에 의한 공간을 짜가며 획일화된 공간분할에서 벗어나 볼 날을 꿈꾸고 있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p. 46  사실 건축이라는 것은 구체적인 생활을 담다보니 구차해지기도 하지만 
           표현하기 힘든 사람들의 생각이나 잡히지 않는 시간의 흔적들이 담길 때는 고상하고 우아해지기도 합니다. 

상상을 했더니 벌써부터 집이 자라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50줄에 들어서도 여전히 땅이 좋고, 집이 좋아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는 저자에게서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에 대한 건강함을 배워나가본다. 인간에게 깨달음이 주는 축복은 어제와 다른 삶을 살게 만든다는 점인데, 시각부터 변하고 생각이 변하면 결국 삶이 변하게 된다는 진리를 이 책을 통해서도 나는 확인했다. 그래서 오늘부터 머릿속에서 자라고 있는 집을 부수고 짓고 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보려한다. 현실로 옮겨지기 전까지.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부터,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어떤 것을 먹고 싶고, 어떤 영화를 보고 싶고 어떤 물건을 갖고 싶다는 바램들에 추가해서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아주 기본적이지만 어제엔 꿈꿔보지 못한 꿈을 나는 꾸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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