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쉼표를 찍다 -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명랑 가족 시트콤
송성영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도시에 살다보면 쫓아오는 놈도 없는데 쫓기며 살게 된다. 그럴때면 마치 홈즈에 쫓기는 루팡이라도 된듯 싶어지는데, 실제 루팡은 여유롭게 도망다닌 반면 나는 도시의 삶이 주는 "빨리빨리"와 "바삐바삐"라는 시간에 쫓기고 사람에 쫓기고 목표와 일에 쫓겨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나마 나의 대나무 밭이 되고 쉼터가 되어주는 책들이 있었기에 나는 주저앉지 않고 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 자란 나 같은 아이에게 시골의 삶은 먼 이상향이 되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삶이지만 언제나 그들의 삶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살아가기도 한다. 

얼마나 힘든 줄 아냐? 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힘들다는 것은 어디에게나 있는 일이며 각자 자기가 짊어질 수 있을만큼의 고통과 고생을 등에 지고 살아가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의 무게를 어느쪽이 더 무겁냐고 저울질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내겐.

도시를 벗어난 삶은 어떨까. 내가 가보지 못한, 선택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엿보기를 얼마전부터 책을 통해 하고 있는데, 빈틈없는 세상에 던지는 "레알"시골의 삶을 한 가족이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어 읽는 내내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촌놈, 쉼표를 찍다]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높이 오르려고 하고 바삐 살려고만 하는 우리에게 "정말 이대로 살아도 좋은가?" 질문하게 만든다. 스스로 욕을 잘한다고 소개하는 털보 농부, 그림을 그리고 유기농 채소들을 재배하는 아름다운 아내, 괴롭히는 친구마저도 끌어안아 내편으로 만들 줄 아는 현명한 두 아들 그리고 닭,개,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을 찾아오는 이웃들은 한국인에서 외국인까지 다양했다. 

사실 시골인심이 푸짐하다는 말도 옛말인듯 사납게 구는 시골 사람들과 마주치는 이야기들을 읽게 될때마다 "이건 아닌데"싶어질때가 있었는데, 책은 사실적으로다가 그 점에 대해 꼬집어놓고 있다. 누가 확인할 것도 아니라서 이웃들이 모두 친절했다고 좋게 포장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가식조차 털어낸 그의 솔직한 일상은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소탈하게 그려져있다. 

삐약삐약거리고 개밥털이를 자처하는 40인의 도적같은 병아리떼들, 자기 밥을 내어줄 줄 아는 느긋한 개, 병아리들의 보호자로 나선 착한 고양이까지....동물들과 함께 하고 친구들의 모자람까지 덮어주며 친교할줄 아는 아이들이 훗날 자라 미칠 긍정적인 영향은 대한민국 인성교육이 고마워해야할 일이 아닐까 싶어 칭찬하고 싶어졌다. 

먼 프랑스에서 온 이웃에게 된장을 바글바글 끓여주며 농촌의 향을 맡게 하고, 여름캠프를 통해 다른 지역 아이들에게 컴퓨터나 닌텐도 없이도 자연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들을 뛰놀고 바닷가에서 조개를 주우며 성장하는 꿈같은 아이들의 일상이 포함된 삶. 화내고 웃고 떠들며 사람스럽게 살아가는 그 가족은 흔히 작가들의 소설 속에서 주된 소재가 된 가족간 소통의 부재, 가장의 권위 추락, 대화의 단절등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건강한 삶으로 채워져 있었다. 

글쟁이 농부의 삶이 계속되면 좋으련만 그들의 일상은 역시 개발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이기주의자들에 의해 내쫓김당하고 이런 멋진 삶의 주인공들이 머물 저렴한 시골집을 구하지 못해 떠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한 현실과 마주했을땐 마음이 살짝 불편해지기도 했다. 국가의 귀농정책도 이들을 안전하게 구제할 방도 없이 구멍이 뚫린 정책이었구나 싶어지는 것이...부동산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들은 혜택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요리조리 다 피해가고 대체 누구를 위한 혜택을 책정한 것인지 불만을 토로하게 만든다. 

[촌놈, 쉼표를 찍다]는 아주 특별한 산문집이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였으며 꿈꾸게 만드는 상상의 마인드맵이 되기도 했다. 출판사의 이름처럼 삶이 보이는 창을 열어준 [촌놈, 쉼표를 읽다]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함께 감동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서평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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