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언덕이 거의 없고 정사각형의 반듯반듯한 땅덩어리의 고마움을 서울에 도착해서야 깨닫게 된 것은 불운한 일이었다. 어디로 들어가나 막힌 곳 없이 뚫린 길을 발견할 수 있고 아무리 걸어도 평평한 평지여서 행복했던 시절은 어딜가나 보이던 서울의 언덕길을 마주하는 순간 끝나버렸다. 죄다 언덕임을 알고 갔던 부산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배신감이 엄습해왔다. 

생전 처음 가족과 떨어져 타향살이를 해야하는데다가 모두 제손으로 해야하는 생활은 고됨은 언덕길과 맞물려 참 힘들게만 느껴졌다. 정말이지 책에서의 표현처럼 서울은 거대한 산악도시였다. 집들도 다닥다닥 붙어 여유로움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누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나 싶었더니 결국 답은 "사람"이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북적북적대니 단위면적에 한 발 디디며 살기도 버거울 수 밖에.

[내 집 마련의 여왕]은 그런 대한민국에서 희망을 발견 할 수 있도록 빛나는 아줌마 요정을 한 명 탄생시켜놓았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도, 알라딘의 요술쟁이 지니도 아니지만 그녀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힘을 전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가 처음부터 빛나는 요정은 아니었으니 비슷한 경험을 했던 과거가 그녀를 두 팔 걷어부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야기는 풀어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줌마"라는 집단이 예나지금이나 중시하는 품목들이 있는데 세월이 흘러 더해지고 더해지더라도 기본적인 리스트는 건재했다. 자식교육과 집. 이 두가지를 목숨걸고 열정적으로 사수하는 그녀들은 산악도시 서울에서 살아남기위해 고군분투하며 일상을 전투태세로 지낸다. 

수빈 역시 아줌마 멤버였다. 보증으로 집을 잃고 사라져버린 외국인 남편 그렉에, 달랑 남겨진 딸. 정신차리고 보니 외국에서 그녀는 누구에게도 도움 받을 수 없는 처지에 있었고 그 일로 인해 "타인에게 조건에 부합하는 집을 찾아주는 일"을 하게 된 그녀는 동분서주했다. 

"집과 미래의 행복은 등가의 원칙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걸 나도 깨닫고 있었다"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는 보아왔지만 공공선이라는 개념은 낯설은 우리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들의 안락함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이 정사장을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했듯 타인들도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가게 만드는 일에 일종의 사명감을 부여한 그녀의 삶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라보인다. 

몇몇 인기 부동산 서적에서 보았음직한 어려운 용어들을 건너뛰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낸 이야기 속엔 그래서 유머와 함께 삶이 녹아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고민한다. 
집. 얼마면 살 수 있을까? 아니 요즘엔 집값을 보아하니 재테크의 수단이 되지 못하는데 꼭 사야하는 것일까? 안사면 전세는 어디서 구해?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우리의 머릿속을 아프게 헤집고 다니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의 결단이 있지 않는 한 언제나 고민거리인 집. 그 집을 원하는 조건에 맞게 찾아주는 수빈은 언제나 내가 찾던 그런 집도우미였고 집요정이었다. 실생활에서도 그녀와 같은 사람들이 넘쳐나면 얼마나 행복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