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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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는 그저 높은 곳일 뿐이었다. 적어도 이 땅에 이야기가 입혀지기전까지는. 
그 곳에서 하늘이 점지한 커피 마을을 만나게 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커피에게 축복받은 땅, 말레 마을은 산비탈 넓은 언덕에서 재배되고 있었다. 

요즘 앱을 통해 정신없이 빠져든 게임에서 나는 현재 커피 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커피 공장을 곧 사서 캔커피를 만드는 단계로 올라설테지만 아직은 커피나무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초록 잎사귀 사이로 보이는 빨갛고 예쁜 커피 열매.  에너지가 차면 이들을 장대로 때려 열매를 따고 모은다. 곧 구매하게 될 공장에서 커피로 만들 날을 꿈꾸면서. 

게임하는 기분과 같지는 않겠지만 커피를 재배하는 이들의 마음도 수확하기 전까지 어르고 달래 정성을 다해 키우고 나면 수확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어지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일 거다. 웹상에서 게임으로 재배하는데도 그렇게 설레는데 실제로 재배하면 그 기대감은 얼마나 더 클 것인지......!!!!

하지만 농사는 기대치의 수확을 언제나 안겨주는 것은 아니었다. 경쾌하게 일하러 커피밭으로 향했지만 로크나트 가족은 45그루의 나무에서 고작 800그램의 커피 열매를 얻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최상의 질이 아닌 열매로.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집안의 가장인 로크나트는 너무나 많은 실수를 해 버렸다. 다 익은 열매를 따야하지만 설익은 열매들도 다 따버리고, 커피 나무의 햇빛을 가려주던 주변의 큰 나무들도 얼마전 다 잘라내어버렸다.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조차 갖추지 못해 가족을 가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로크나트는 이 모든 것이 글을 모르는 자신의 탓이라 여겼다. 커피 전문가들의 교육이 있었지만 글을 몰라 참여할 수가 없어 최소한의 농사지식조차 갖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보냈으나 아내는 반대로 농사지식이 없어 접목하기 힘들었으며 교육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골라내지 못했다. 

커피 농사는 이들에겐 주식의 해결루트이며 아이들 교육의 미래보험이다. 자신처럼 글을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가지 않기 위해 교육에 열망을 가진 가장. 하지만 서글프게도 문맹은 이들의 삶과 꿈을 짓밟고 있었다. 첫 수확에서 좌절을 맛본 로크나트는 큰 결심을 하고 막내 아들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른 여덟의 아빠를 가르치는 열 살의 아들의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이제 그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에 임하고 있다. 글을 익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나아가 사람들에게 더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로크나트 같은 이들이 재배하고 있는 커피를 이 먼 이국땅에서 쉽게 지폐몇장으로 사 마시면서 그들에게 돌아가는 몫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없음이 갑자기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제작년부터 공정무역에 대해 들었고, 아름다운 커피에 대해 알고 있어 자주가는 단골 커피 전문점 중 공정무역에 의한 원두를 사용하는 곳에서 마시고 나온 날은 기부한 것처럼 가슴이 뿌듯해지곤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무언가 더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본 일이 없음에 미안해지고 숙연해졌다. 앞으로는 원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정무역으로 생산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혜택이 돌아가는 원두를 사용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자주 옮겨야겠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저렴한 커피값을 찾게 된다. 하지만 얼마가량 비싸더라도 정당하고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착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조금만 더 내가 손해보고 조금만 더 내가 더 내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갑은 헐빈해져도 마음만큼은 더 부자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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