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블루
박태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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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고리, 목걸리, 승용차, 토트백, 하이힐, 속옷, 립스틱, 마스카라,원피스,주거공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블루인 블루홀 제이. 마치 스머프 같은 제이에게 블루란 어떤 의미였을까. 자유? 꿈? 이상향? 

무엇이 이토록 38세의 여인을 우아하면서도 아름답게 혹은 매혹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정계와 미술계를 뒤흔들며 스타가 된 여자. 하지만 이후 바닥밑 지하로까지 추락해버린 여자. 라는 문장만으로 떠올려지던 여인이 하나 있었다. 비슷한 이유로 우리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그 여인과 제이를 분리하며 읽어나가기란 무척이나 힘이들었다. 처음에내 그랬다. 

하지만 곧 제이는 그녀와 분리되어 그녀만의 이야기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상서로운 향기가 나는 마을"이라는 의미의 향서마을에 위치한 Artra의 수석 큐레이터 제이는 미술관 개관 이틀전 해임통보를 받는다. 방송은 물론 강의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취소되며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기까지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눈깜짝할새 일어난 이 일들 앞에 제이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녀의 주변이 수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하고 서서히 밝혀지는 비리와 과거들은 추악하기 그지 없었다. 

권력의 최측근에서 일한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비린내나는 썩은 생선과 다르지 않았다. 보스인 최선윤회장은 야망을 위해 사랑을 버리고 남편의 행동들을 묵인해야 하는 삶을 살게 했으며 그녀의 남편 정활은 최고권력을 꿈꾸는 3선 국회의원이지만 제이는 물론 그녀의 비서인 민정에 인턴까지 줄줄이 성적노리개로 갖고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저질이었으며 스폰서인 양회장은 다른 두 명의 권력인사와 몰래 요정을 만들어 놓고 평생 한 여인을 서로 나누어 갖으며 생활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 가운데 발생한 네 건의 살인 사건은 제이를 향해 있었고 점점 파헤쳐질수록 그녀주변인물들 역시 깊은 연관이 있음이 밝혀져갔다. 19년은 눌렸고 19년은 누렸던 삶의 끝은 어디까지 드러날까? 제이, 그녀는 누구이며 무엇에 쓰이기 위해 포장된 여인이었을까?

첫번째 살인은 남자. 안동현은 종군기자 출신으로 현직 파파라치였으며 양팔과 발목이 독일제 특수 수갑으로 채워진 채 손가락이 절단되고 양눈과 혀에 못이 박힌 상태에서 총상당했다. 

두번째 살인은 여자. 이순이는 Artra의 후원을 받던 예술가였는데 추락사였고,

세번째 살인은 제이의 새끼 큐레이터 민정으로 살해된 세번째 인물이자 두번째 여인이 되었다. 정활과의 정사 후 화장실에서 목에 칼이 꽂힌채 죽은 그녀의 살인은 동영상으로 배달되어 두 남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네번째 죽음은 편집국장 오열일으로 목이 잘린 채 발견되었다. 

살인사건과 스캔들이라는 양날의 칼로 무장된 소설 [마담블루]는 처음에 떠올려지던 한 여인의 이름이 잊혀져갈 때즈음해서는 드라마의 원작이 된 한 일본소설이 떠올려졌다. [인간의 증명]이 개천에서 용이된 여인이 오늘을 지키기 위해 어제를 죽이는 일을 서슴치 않았던 것처럼 [마담블루]의 제이도 그만큼이나 바닥이었던 과거를 딛고 오늘을 누렸던만큼 지켜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그 모든 멍과 바람이 한 색에 녹아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블루였다. 

그래서 블루는 아름다우면서도 안타깝기까지한 색으로 해석된다. 지옥으로의 추락은 가진 것들을 내어놓게 만들었지만 "부와 권력"이 이토록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에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비극이 파생되는 듯 보여진다. 욕망이 손짓하는 그곳에 모든 것이 있었고 그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신기루였음을 미리 알 수 있었다하더라도 불나방처럼 달려들었을 여인, 제이. 

나는 한없이 불투명한 블루의 바다 속에서 한 여인의 슬픈 운명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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